"사우디, 中수출 원유 위안화로 결제 허용 검토"

"리얄화 달러에 연동돼있어
현실화 가능성 낮아" 분석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유에 대해 위안화 결제를 일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사우디 통화인 리얄화가 달러에 연동돼 있어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는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사우디와 중국이 원유 위안화 결제 방안을 적극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1974년부터 원유 수출 대금을 달러로 제한하며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에 오르는 데 도움을 줬다. 사우디가 49년간 이어진 방침에서 벗어나 중국 수출분에 위안화 결제를 받아들일 경우 달러 패권이 흔들리고 위안화 위상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우디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를 통해 ‘페트로위안’으로 불리는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 거래도 허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논의는 사우디와 미국 간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예멘 내전에서 미국의 지원이 부족한 점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며 “지난해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급작스럽게 철수한 것에도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주요 산유국으로 떠오르며 사우디산 원유 수입을 줄인 것도 관계 악화의 요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사우디는 지난해 기준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사우디가 위안화를 허용하면 수익 기반을 다변화할 수 있다고 일부 경제학자는 평가했다. 한 사우디 관리는 “(위안화를 허용하면)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중국 건설업자에게 대금을 지급할 때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달러를 저버리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리얄화를 달러에 연동한 고정환율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위안화 결제 허용 시 사우디 경제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