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핵심 도시 데이터센터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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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마세 프린시플 글로벌 인베스터 유럽 자산운용 대표“기술 혁신으로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유럽 핵심 도시에 데이터센터 허브들이 등장했고, 투자자들에게는 유망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급증하는 수요 대비 공급 부족해 독특한 투자 기회 제공
프린시플 글로벌 인베스터스(Principal Global Investors)의 기욤 마세 유럽 자산운용 대표는 “프랑크푸르트, 런던, 암스테르담, 파리 등(FLAP 시장) 유럽 상업 중심지의 데이터센터에 대기업, 클라우드 사업자, 코로케이션(co-location: 여러 회사의 서버를 한 데 모아 놓은 상업용 데이터센터)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수요 증가에 비해 신규 데이터센터의 공급은 부족해 독특한 투자 기회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다.마세 대표는 “수요가 워낙 폭증해 유럽의 2군 도시들에도 데이터센터가 생겨나고 있지만, 이른바 FLAP 시장의 수요를 대체하기는 어렵다”며 “데이터센터의 핵심 요소는 연결성(connectivity)과 전력(power)인데 이를 위해서는 인구 밀집 지역에 위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마세 대표는 “기관투자가들도 데이터센터의 투자 매력을 인지하고, 지난 10년동안 약 1000억 달러를 이 분야에 투자했다”며 “데이터센터 투자의 ‘기관화’가 이뤄지면서 계약서가 표준화되고 세금, 보험, 유지보수 비용을 임차인이 부담하는 소위 ‘트리플넷’ 임대가 보편화되는 등 투자자 입장에서 접근성이 매우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프린시플 글로벌 인베스터스는 지난해말 기준 5906억 달러의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에서 주식, 채권, 부동산, 헤지펀드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다음은 기욤 마세 대표와의 일문일답.
▶데이터센터가 FLAP (프랑크푸르트,런던,암스트레담,파리) 시장에 밀집하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전세계를 연결하는 데이터 네트워크를 위해서는 광케이블이 필수적입니다. 유럽의 경우 가장 중요한 광케이블이 미국 뉴욕에서 영국 런던을 잇는 케이블이죠. 유럽의 다른 주요 도시들로 연결된 후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뻗어 나갑니다. 이 국제 광케이블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데이터 전송에 지연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FLAP 시장이 데이터센터의 최적의 입지인 이유입니다. 또 이 시장에는 인구가 밀집해 있고 기업 활동이 활발합니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 데이터의 빠른 저장과 처리를 필요로 하죠. 데이터센터가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합니다.”
▶같은 코어(core) 시장이라고 해도 조금씩 특징이 다를 것 같은데요. 각 도시별로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프랑크푸르트는 강력한 환경 규제를 가지고 있고, 땅이 넓지 않습니다. 자연히 데이터센터의 공실률이 굉장히 낮은데 당분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입니다. 강력한 금융 서비스의 수혜가 예상되고, 또 동유럽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런던은 유럽에서 가장 큰 데이터센터 시장입니다. 많은 기업의 본사가 위치해 있죠. 도시 서부에는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자들이 모여 데이터센터 허브를 이루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런던 북부와 동부도 데이터센터 입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예시로 구글이 이 지역에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해 땅을 구입하기도 했죠. 런던은 약 711 메가와트의 위탁 용량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FLAP 시장 총용량의 약 41%를 차지합니다.”
“암스테르담은 전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데이터센터 공급도 제한적이었습니다. 정부는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을 일시적으로 중단해 놨었죠. 이 같은 일시 중단 조치가 최근에 풀리면서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데이터센터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향후 몇 년내 30여 개의 개발 프로젝트가 예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파리의 경우 FLAP 시장 중 규모가 가장 작고 전력 비용도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유럽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죠. 프랑스 정부는 2019년 환경 기준을 준수하면 데이터센터의 전기 요금을 절반으로 인하하는 등의 세제 혜택을 만들었습니다. 클라우드 사업자들과 기업 고객들 모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죠. 공실률도 낮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FLAP 시장만큼 크지는 않지만 더블린도 신흥 코어 지역으로 꼽힙니다. 미국과 영국이라는 대형 시장의 중간에 있는 지리적 이점과 낮은 법인세율 덕분에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같은 데이터 집약적 기업들도 더블린에 둥지를 틀고 있죠.”
▶유럽의 데이터센터가 다른 지역에 비해 특별히 더 매력적인 이유가 있습니까?
“진입장벽 때문이죠.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무엇보다 인구가 많고 충분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위치를 찾는 것이 매우 까다롭죠. 또 데이터 보호, 기술 업그레이드, 냉각기, 백업 발전기 등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도 필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장애물은 지속적인 전력 공급입니다. 에너지소비에 대한 규제 때문이죠. 언뜻 보면 역풍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초래해 기존 데이터센터의 가치가 더 높아지고 투자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입니다. 이런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은 미국이나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FLAP 시장의 데이터센터 자산들은 이미 가격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새로 떠오르는 대체 시장은 없나요?
“유럽의 2군 도시들도 최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취리히나 밀라노처럼 인구가 많고 전력이 비교적 저렴하면서 광케이블 연결도 빠른 도시들이 진화하면서 점점 더 매력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남미와 유럽이 점점 더 밀접하게 연결되는 이유로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프랑스 3대 도시인 마르세유 또한 인구가 밀집해 있고 그리고 아프리카로 연결되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어 신흥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규제 또는 데이터 보안 상의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자국에 두려고 하는데, 데이터 보호법이 엄격한 독일의 프랑크푸루트 외곽에 새로운 데이터센터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다른 상업용 부동산에 비해 역사가 짧은데 투자자 입장에서 리스크는 없습니까?
“이미 많은 기관투자가들이 데이터센터를 좋은 투자 기회로 인식하고 투자를 해왔습니다. 지난 10년간 1000억 달러 이상이 데이터센터에 유입됐죠. 이렇게 투자가 ‘기관화’됨에 과거에 비해 접근성이 높아졌습니다. 일단 계약서가 표준화됐습니다. 또 세금, 보험, 유지보수 비용 등을 임대인이 부담하는 이른바 ‘트리플넷’ 임대차도 보편화되었습니다. 트리플넷 임대차는 임대수익률(캡레이트)은 다소 낮지만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장하는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투자 방식입니다.”
▶이 같은 유럽 데이터센터의 투자 매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나요?“물론입니다. 많은 데이터센터를 기관투자가들이 소유하고 있고 인수합병을 통한 통합(consolidation)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서 자산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프린시플의 경우 수요 공급 불균형의 수혜를 보는 코어 시장에서 투자를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잠 잠재력이 있는 유럽 2군 도시의 자산들도 선별적으로 투자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데이터센터 산업에 대한 투자가 부동산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장기 수익률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유창재 한경글로벌뉴스네트워크 편집장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