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천하'의 그늘…"패션루키, 최저가 경쟁에 성장판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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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50% 무신사, 적수가 없다‘패션 마니아’인 조만호 무신사 창업자는 평소 자신의 꿈을 “K패션의 세계화”라고 말하곤 한다. 무신사를 글로벌 패션 플랫폼으로 키워 놓으면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세계 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논리다. 16일 무신사 단독대표에 선임된 한문일 대표도 “앞으로 한국 디자인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이전에 없던 무신사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거래액 2조3000억 압도적
하위 플랫폼 모두 합쳐도 못이겨
"독주 견제할 곳 없다" 불만 커져
"신생 브랜드 등용문 이제 옛말"
6500여개 브랜드 저가 경쟁 치열
가격 안 낮추면 메인 노출 제외
업체 "브랜드 성장·해외진출 힘들어"
무신사 "플랫폼 먼저 키워야 윈윈"
반(反)무신사 진영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다른 패션 플랫폼을 모두 합쳐도 무신사 한 곳의 규모를 못 따라간다”며 “쏠림이 너무 크다 보니 패션 브랜드들이 무신사에 종속되고, 결과적으로 플랫폼의 외형을 키우기 위한 소모품으로 전락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이 패션 생태계를 지배하는 구조가 오히려 K패션의 세계화를 가로막고 있는 비판이다.
○3.5㎠ 모바일 화면 속 치열한 패션 전쟁
무신사 쏠림 현상은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매출 기준으로 지그재그(400억원), 에이블리(526억원), 브랜디(858억원), W컨셉(716억원)을 모두 합쳐도 무신사(3319억원)에 못 미친다. 거래액으로도 지난해 2조3000억원을 기록한 무신사가 압도적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무신사의 올해 거래액이 3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시장에서 무신사 점유율은 50% 이상”이라고 말했다.네이버·쿠팡이 각축을 벌이는 e커머스 시장과 달리 패션플랫폼에서 무신사의 위상이 압도적이라는 얘기다. 교보증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와 쿠팡의 e커머스 점유율은 각각 17%, 13% 안팎으로 전체 시장의 40% 선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선두권 3~4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온·오프라인 유통에선 플랫폼이나 대기업이 납품업체에 절대 권력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주로 1020세대를 타깃으로 한 패션업계에서 “무신사의 독주를 막을 만한 대항마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런 쏠림 현상 때문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젊은 세대를 겨냥한 가성비 의류 시장은 유니클로, 자라 등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가 장악했었다”며 “반일 정서로 유니클로가 사실상 퇴출되면서 그 공백을 무신사가 빠르게 차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패션 등용문 vs 패션 플랫폼 종속화’
특정 플랫폼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무신사는 ‘갑질’ 논란에도 시달리고 있다.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브랜드가 자체 운영하는 온라인몰보다 무신사 가격을 더 낮게 하라는 요청이 많다”며 “이를 거부하면 메인 페이지 노출을 제외시키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제재가 가해진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무신사 측은 “수수료 외에 별도로 검색광고 비용이 필요없는 데다 마케팅, 할인전 참가 등을 이유로 추가적인 계약이나 비용을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전문가들은 패션 생태계가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마찰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거래액을 늘리고, 트래픽을 올려야 하는 플랫폼의 속성과 창의와 독창성을 기반으로 장시간 공을 들여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패션 브랜드의 특성이 상호 모순적이기 때문이다.무신사가 최근 나이키, 아디다스, 이랜드리테일, 노스페이스 등 대형 브랜드들과 손잡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 휴대폰이 무신사 판매 랭킹 상위에 올라가는 일이 발생할 정도다. 6500여 개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 ‘루키’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 랭킹 톱3에 있던 커버낫이 최근 무신사 랭킹에서 사라졌다”며 “언더마이카가 플랫폼에 상품을 올리지 않고 자사몰을 통해서만 판매하는 것도 플랫폼에 종속돼서는 해외 진출 등 대형 브랜드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동휘/배정철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