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에 美증시 급등

WTI·브렌트유, 100弗 밑으로
평화협상·中수요 둔화 전망 영향

나스닥 2.9%·다우 1.9% 올라
미국 뉴욕증시가 15일(현지시간) 급등했다. 국제 유가가 종가 기준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인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난 덕분이란 분석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물은 전날보다 6.38% 하락한 배럴당 96.44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93.53달러까지 떨어졌다. 종가 기준으로 WTI 가격이 100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2월 28일(95.72달러) 이후 처음이다.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5월물도 전날보다 6.54% 밀린 배럴당 99.91달러로 장을 마쳤다. 브렌트유 가격이 100달러 아래로 마감한 것은 3주일 만이다.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전고점 대비 27%가량 추락했다. 전날에도 WTI와 브렌트유는 각각 5.78%, 5.12% 급락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때 배럴당 13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양국 간 평화회담 개최에 따른 사태 진정 기대와 중국발(發) 수요 둔화 가능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 14일부터 시작한 평화회담을 16일에도 이어가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양국 사이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광둥성 선전시를 전면 봉쇄하면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원유 수요국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월간 보고서를 내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그동안 국제 유가 상승에 짓눌렸던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뛰었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92% 오른 12,948.62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1.82% 상승한 33,544.34, S&P500지수는 2.14% 오른 4262.45로 장을 마쳤다.

미국의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달보다 0.8% 상승하는 데 그치며 시장 추정치를 밑돈 것도 투자심리를 개선했다. 인플레이션이 시장 우려에 비해 강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 에너지 등을 제외하고 산출한 근원 PPI의 전월 대비 상승률도 시장 예상보다 낮은 0.2%에 그쳤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