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생산 거점…"인구 6억 아세안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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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産 최대 25만대 공장 준공현대자동차가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시장 공략을 본격 시작한다. 아세안 10개국의 대표 역할을 하는 국가이자 인구 기준 세계 4위(약 2억8000만 명) 국가인 인도네시아에 세운 완성차 생산기지를 통해서다. 현대차는 아세안 시장을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엔진·차체 생산에 R&D센터까지
1.9兆 투자, 내수·수출 모두 담당
일본차가 장악한 아세안 시장
첫 전기차 '아이오닉5'로 승부
LG엔솔과 배터리셀 공장도
2兆 투자해 아세안 첫 생산기지
현대차는 16일 인도네시아 브카시시 델타마스 공단에 있는 생산공장에서 준공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약 15억5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를 투입해 면적 77만7000㎡의 부지에 지어진 공장은 올해 말까지 연 15만 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 뒤 향후 25만 대로 확대할 계획이다.이 공장은 엔진, 의장, 도장, 프레스, 차체, 모빌리티 이노베이션 센터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 차종의 준비부터 생산, 판매까지 담당할 수 있다. 공장은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동남아시아 해운 중심지인 탄중 프리오크와 거리도 약 60㎞에 불과하다. 인도네시아 내 판매는 물론 아세안 다른 국가로 수출하기도 좋은 위치라는 게 현대차 설명이다.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에는 다양한 친환경 공법이 적용됐다. 태양광 발전 설비로 공장 전력 일부를 생산하는 게 대표적이다. 수용성 도장 공법을 활용해 휘발성유기화합물 발생을 최소화했고, 대기오염 발생을 줄이기 위한 대기오염 저감 설비도 설치했다.현대차는 지난 1월부터 이 공장에서 크레타(해외 시장 전용 모델)를 생산하고 있다. 이날부터 전용 플랫폼 전기차인 아이오닉 5 양산에 들어갔다. 올 상반기에는 싼타페를, 하반기엔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 차종인 소형 다목적차량(MPV)을 생산할 계획이다. 소형 MPV의 이름은 스타게이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日 텃밭 아세안 잡아라
현대차는 아이오닉 5를 통해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 전기차를 현지에서 생산한 곳은 없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해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코나 일렉트릭 등을 수출해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의 87%가량을 차지했다. 올해 충전 인프라 구축을 계기로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 이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에 배터리셀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에 완공해 2024년 상반기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다.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전기차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회사가 현지 부품 및 인력을 활용해 현지화율 조건을 만족하면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부품 수입 관세 및 사치세(15%) 면제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외 다른 아세안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관세율이 높지만,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이면 협정 참가국 간 무관세 혜택을 부여한다.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된 현대차 차량을 다른 아세안 국가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아세안 시장은 연 300만 대 규모에 달하지만, 일본 브랜드가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가 이 지역에서 판매량을 늘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아세안 인구는 6억 명이 넘는다.정 회장은 “인도네시아는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핵심 거점”이라며 “현대차 공장은 인도네시아 미래 산업의 주요 축을 담당하게 될 전기차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아이오닉 5 양산은 인도네시아 전기차 산업이 발전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