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본에 휘둘리는 英대학

중국인 재학생 5년새 50% 늘어
외국인 유학생의 3분의 1 차지

"中자본이 학문 자유 위협" 우려도
영국 리버풀대는 자원하는 학생에 한해 중국 상하이 인근 제휴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맨체스터대는 9개 중국 대학과 연구 제휴를 맺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글래스고대와 셰필드대 등 영국 명문대 재학생 중 15%는 중국인 유학생이다.

영국 대학의 중국 자본 의존도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영국 대학의 학부 또는 대학원 과정에 등록한 중국인 유학생은 14만여 명으로 5년 전보다 약 50% 급증했다. 유럽연합(EU) 출신을 제외한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3분의 1이 중국인 학생이다. 중국인 유학생이 내는 등록금은 25억파운드(약 4조원)로 전체 유학생 등록금(70억파운드)의 약 33.3%를 차지한다. 영국 대학 총수입의 약 6%에 해당하는 규모다.

영국 대학들은 2015년부터 중국인 유학생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정부가 영국과 중국의 ‘황금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면서다. 당시 영국 정부는 중국의 투자에 가장 개방적인 국가가 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정부가 점점 권위주의를 강화하면서 영국 대학 안팎에선 학문의 자유를 위협한다는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영국 학계에선 대학 내에서 톈안먼 티베트 대만처럼 중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여기는 주제에 관한 논의가 자유롭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중국인들의 정착을 돕는 중국학인학자연합회는 대학 내 자유로운 토론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강의실에서의 토론도 자유롭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엑서터·옥스퍼드·포츠머스대 연구진이 2020년 영국 내 사회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다섯 명 중 두 명은 중국인 학생을 가르칠 때 자기검열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영국 정부와 의회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국 정부와 고등교육협회는 영국 교수들의 중요한 연구 자료가 중국 정부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지침을 마련했다. 제시 노먼 보수당 의원은 대학들이 외국 기관과 5만파운드 이상의 연구 계약을 맺을 때 교육 당국에 보고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