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51% 기부…국보 금동삼존불감의 '묘한 거래'

암호화폐 투자자모임이 구입
간송미술관에 보존·전시 맡겨

지난 1월 경매에 나온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2점 중 ‘금동삼존불감’(사진)이 외국계 암호화폐 투자자 모임에 팔렸다. 이들은 유물의 지분 51%를 원소장처인 간송미술관에 다시 기부하고 간송 측이 유물 보존과 전시 등을 맡기로 했다. 국보를 매입한 주체의 정체와 자세한 거래 조건, 내막 등이 공개되지 않아 문화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16일 금동삼존불감을 ‘헤리티지 다오(DAO)’에 판매했으며 지분 51%를 다시 기부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DAO는 탈중앙화 자율조직이라는 뜻으로,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결성한 모임을 뜻한다. 회원들이 공동 출자해 조성한 펀드로 공동구매나 투자, 대체불가능토큰(NFT) 발행 등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다. 다만 간송재단은 국보 판매와 헤리티지 다오의 지분 기부 등 상세한 배경과 경위는 설명하지 않았다.

간송미술관은 지난 1월 재정난을 이유로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과 금동삼존불감 등 소장 국보 2점을 케이옥션 경매에 각각 시작가 32억원과 28억원에 내놨지만 모두 유찰됐다.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은 다시 소유권이 간송 측에 귀속됐고, 금동삼존불감은 판매 후 지분을 기부받는 거래가 이뤄졌다.

암호화폐 기반의 투자 자본이 국보를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보·보물 등의 국가지정문화재를 외국인이 소유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해외 반출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다오는 소유권을 다시 간송미술관에 넘기는 대신 NFT 발행 등의 관련 권리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계에서는 이 같은 국보 거래 과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오의 자금 조달 방법과 구성원 등 실체가 알려지지 않은 데다 문화재의 지분을 주식처럼 나눈 전례가 없어서다. 간송미술관은 판매 액수에 대해서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공익재단이 있는데도 상속세가 없는 국보·보물을 유족들의 개인 소유로 등록하고 연이어 경매에 내놓는 상황이 보기 좋지 않다”며 “지금까지 수백억원에 달하는 국가 재정을 지원받았으면서 자금난을 이유로 국보를 판매한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