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분석업체에 우크라 전쟁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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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 등 원자재 가격 뛰자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유전자 분석 업체들에까지 미치고 있다. 니켈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으로 검사용 칩과 시약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다.
검사용 칩·시약 값도 급등
16일 업계에 따르면 유전자 분석에 쓰이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용 칩 공급 가격과 제품 수령에 걸리는 기간은 이달 들어 두 배로 늘었다. 국내 유전자 분석 업체 대부분은 미국 일루미나·서모피셔 등 해외에서 NGS용 칩을 공급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엔 5~6주면 주문 후 칩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3개월 이상이 지나야 한다”며 “NGS용 칩 공급사가 세계적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보니 칩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NGS용 칩은 유전자 검사를 위해 염기서열을 확인할 때 쓰인다. 통상 유전성 질환 발병 가능성을 확인할 때 드는 비용의 절반 이상은 이 칩이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다른 관계자는 “원재료 공급난이 가중되면서 유전자 분석에 사용되는 시약의 가격도 두 배로 뛰었다”고 말했다.
유전자 분석에 쓰이는 소재 공급에 차질이 생긴 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영향을 미쳤다. 전쟁으로 러시아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NGS용 칩에 들어가는 니켈 가격이 크게 뛰었다. 러시아는 전 세계 니켈 공급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주(지난 7~11일) 니켈 가격은 전주 대비 58% 급등했다. 런던금속거래소는 한때 니켈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다.
비용 급증에 유전자 분석 업체들은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국내 유전자 분석 업체 상당수는 정부 용역 과제가 주 수익원이다. 이들 용역 과제는 칩·시약 등의 가격 변동 여부와 무관하게 계약 단가가 정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용역 과제를 수행하는 건 매출을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이익률은 한 자릿수로 낮다”며 “분석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은커녕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용역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