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7번 인상" 점도표에 패닉, 파월의 이 말에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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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은행(Fed)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16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좋았습니다. 밤새 먼저 열린 아시아 증시가 급등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상도 진전이 있었습니다. Fed에 대해선 '시장 친화적'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한 기본적 신뢰가 있습니다.중국 국무원은 류허 부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고 1분기 경기를 진작하고 자본시장 안정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증시 폭락 원인이 된 알리바바 등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회계 갈등과 관련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빅테크 규제와 관련,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도 강조했습니다. 사흘 연속 폭락했던 증시는 폭등세로 답했습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각각 27.30%, 23.15% 폭등했고 비리비리는 40.83%, 징둥닷컴은 35.64% 올랐습니다. 홍콩 항셍지수는 9.08%, 항셍테크지수는 22.2% 급등했습니다. 상하이종합지수도 3.48% 올랐습니다.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중립화가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일부 조항은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도 “더 현실적으로 들리는 내용이 제시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파이낸셜타임스는 양측 협상단이 15개 항으로 구성된 평화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평화안에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외국 군사기지 유치 불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우크라이나의 군대를 허용하되 무장 수준에 제한을 가하는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이날 아침 발표된 미국의 2월 소매 판매는 휘발유 값이 폭등한 영향으로 전월보다 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가 예상(0.4% 증가)이나 전월(4.9% 증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석유 가격 급등으로 주유소 판매는 1월 1.7%에서 2월 5.3%로 급증했지만 이를 제외한 소매 판매는 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구(-1%), 전자제품(-0.6%) 등 내구재 판매가 좋지 않았습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전년 대비 16.1% 높은 수준이다. 1968년 이래 가장 높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2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잉여 저축액, 수많은 일자리, 상승하는 임금 등을 고려하면 견조한 소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1%대 초중반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나스닥의 상승 폭은 금세 2%대로 치솟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었습니다. FOMC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기준금리 25bp 인상
-대차대조표 축소는 다음 회의(5월)에서 시작될 것으로 전망
-점도표 상 기준금리 중앙값은 2022년 1.875%, 2023년 2.8%로 제시
-2022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4%에서 2.8%로 낮춤
-2022년 물가(근원 개인소비지출 기준) 전망치는 기존 2.7%에서 4.1%로 높이고, 2023년은 기존 2.3%에서 2.6%로 상향 조정기준금리 25bp 인상은 시장 예상대로였습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가 반대표를 던질 것이란 것도 예상하던 사람이 많았죠. 또 대차대조표 축소 계획을 다음 회의에서 확정 짓고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점도표는 매파적으로 평가됐습니다. 중앙값을 보면 Fed 위원들은 올해 7차례(3월 포함), 내년 4차례 등 11차례를 올리겠다는 뜻을 제시했습니다. 월가는 시장 예상(7회)보다는 적은 5~6회 수준을 예상했었죠. 그리고 2023~2024년 전망치인 2.8%는 중립금리로 제시한 2.4%를 넘어섭니다. 물가 전망치도 전반적인 예상보다는 조금씩 높았습니다. 수치가 나오자 시장은 요동쳤습니다. 채권 금리는 순식간에 급등했습니다.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몇 분 만에 연 2%를 넘었고, 5년물(최대 2.242%)과 7년물(2.284%)은 2.2% 후반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보다 덜 오른 10년물(2.248%)보다 더 높아져 수익률 곡선이 역전됐습니다. 30년물 수익률은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하겠다는 Fed의 의지에 단기, 중기 금리는 크게 올랐지만 장기적으로는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10년물은 덜 오르고, 30년물은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그리고 발표 직후 다우와 S&P500 지수는 한 때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2%가량 오르던 나스닥 지수도 상승 폭을 대폭 줄였습니다. 내년까지 11차례나 올리겠다는 점도표가 제시되면서 경기 침체, 혹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입니다.사실 이날 아침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워싱턴포스트에 'Fed는 스태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가는 길을 열고 있다'(The Fed is charting a course to stagflation and recession)라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그는 "파월 의장과 Fed 위원들은 지난 1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체계적으로 잘못 봤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전쟁으로 공급망 문제가 나아질 것 같지 않고, 임금-가격 상승 소용돌이 위험도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서머스는 "Fed는 즉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다시 집중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정책 다이얼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극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는 "한 번에 25bp 이상의 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의 급속한 감축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면 실질 금리가 최소한 2~3% 수준에 도달해야 할 것이다. 이러면 실업률이 향후 몇 년에 걸쳐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Fed 위원들이 서머스의 조언을 수긍한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습니다. JP모건의 데이비드 켈리 글로벌 주식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초저금리를 기반으로 하는 많은 금융 자산이 있다. 하룻밤 사이에 기준금리를 정상 수준으로 올리고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좀 위험한 것 같다. 분명히, 그들은 꽤 공격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오후 2시 30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시작됐습니다. 그는 기조연설문을 읽은 뒤 첫 질문을 받았습니다. 뉴욕타임스 기자는 "이렇게 빨리 금리를 올리면 침체가 오는 것이 아니냐"라고 물었습니다. 파월은 "내 생각에 침체 가능성은 특별히 높지는 않다. 총수요는 매우 강하고 매우 강력한 노동시장은 그렇게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가계와 기업 재무제표도 매우 좋다. 우리는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지만 강한 노동시장을 유지하는 것도 목표다. 우리는 경제가 매우 강하고 긴축적 통화정책을 견뎌낼 수 있다고 느낀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때가 오후 2시 35분이었습니다. 그 발언에 시장 혼란은 사라졌습니다. 채권 금리는 떨어지고, 주가지수는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1.55%, S&P500 지수는 2.24% 상승했고 나스닥은 무려 3.77% 폭등했습니다.파월 의장은 그 외에도
-인플레이션은 올해 중반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플레이션이 2%로 다시 돌아올 것으로 보지만 목표에 도달하는 데 처음 예상보다는 오래 걸릴 것 같다.
(속뜻: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믿고 있다)
-인플레이션 수치가 더 빨리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더 빨리 높이는 게 적절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물가가 정점을 찍지 않으면 50bp를 올릴 수도 있다)
-위원회는 금리 인상 및 대차대조표 감축을 위한 시간이 돌아왔음을 이해한다. 5월 다음 회의에서 대차대조표 감축 계획을 마무리할 것이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5월에 시작할 것 같다)
-우리의 움직임은 금융여건을 약간 긴축시켜 좀 더 정상적 수준으로 이끌 것이다. (지금이 비정상적이다) 라는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역시 성명서는 매파적, 파월은 비둘기파적이라는 공식이 확인됐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근원 물가(PCE 기준) 전망을 올해 4.1%, 내년 2.6%로 크게 높였다면 금리를 가열차게 올려야 하는데, 파월 의장은 여전히 부드럽게 말한다. 이게 Fed가 지나치게 매파적일 수 있다는 일부 우려를 덜어준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Fed 위원들이 물가 전망치를 크게 높이면서도 성장률이나 실업률 전망치는 크게 바꾸지 않은 데 대해 "경제를 해치고 침체가 올 정도로 긴축하지는 않겠다는 뜻이 아닐까"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는 "30년물 금리가 떨어지고 10년물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덜 오른 것은 침체에 대한 걱정도 있겠지만, 공격적 QT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가세한 때문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QT를 공격적으로 한다면 채권이 쏟아져 나와 금리가 크게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수익률 곡선 역전 가능성에 대해 QT를 하면 장기 금리가 오를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설명했습니다.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매파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매파적이어야 할 때다. 인플레이션이 10%에 달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자 이제사야 Fed가 정신을 차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월가에는 이대로 인플레이션을 내버려 뒀다가는 미국 경제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걱정도 많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아예 안하는 것보다는 늦는 게 낫다"(better late than never)라고 총평을 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발표는 중대한 전환이다. 경제전망과 점도표 업데이트를 보면 Fed는 매우 현실적이 된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점도표 중앙값이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예상해온 올해 175bp, 내년 100bp 인상과 비슷해진 점 △일곱 명의 위원이 적어도 한 번의 50bp 인상을 제시한 점 △내년 기준금리를 장기 중립금리 이상으로 제시한 점 등을 들었습니다.제프리스는 "Fed가 제시한 경제전망을 보면 거대한 전환을 보여준다. 위원들은 마침내 일시적 요인으로 인한 물가 하락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할 책임을 인정하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전 Fed 이사였던 랜들 크로즈너 시카고대 교수는 "Fed가 마침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것으로 충분할 것인지, 그리고 조금 늦지않았나 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이미 시스템에 정착했기 때문이다. 2% 이하이던 인플레이션은 8%로 치솟았고 1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지난 1970년대 Fed는 매우 크게 금리를 올려야 했고 이는 경제를 침체에 빠뜨렸다. 나는 더 높은 금리와 전쟁 및 러시아 제재의 불확실성, 그리고 소비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올해 말 내년 초에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침체에 대해선 의견이 아직은 엇갈리는 편입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Fed의 결정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가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을 모두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무시할 순 없지만 그런 걱정은 조금 할인해서 들어야 한다. 경제가 그런 경로를 갈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가 팬데믹과 러시아의 침공이라는 두 가지 공급 측면의 거대한 충격과 씨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 우려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고 경제 성장은 위협받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새로운 코로나 변이가 이전보다 덜 파괴적일 것이고, 러시아는 물러서리라는 것이다. 이게 명확해지면 인플레이션은 후퇴할 것이다. 그러면 Fed는 스태그플레이션 전망이 아니라 이런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정책을 설정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팬데믹,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것이고 금리를 올해 일곱 차례나 올리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디파이언스 ETF의 실비아 자블론스키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고용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실업률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낮다. 또 소비자 지출은 상당히 건전하며, 잉여 저축이 2조 7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경기 침체에 빠질지 생각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LPL리서치에 따르면 Fed가 기준금리 인상 주기를 시작한 뒤에도 증시 수익률은 괜찮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1번의 사이클에서 그 기간 S&500지수가 상승할 확률은 72.7%이고, 상승률은 평균 11.1%에 달합니다. 다만 금리를 많이 올렸을 경우 상승확률과 상승률은 조금 떨어집니다. 금리를 한 해 네 차례 이상 올린 해는 18번이 있었습니다. 그 해 주가가 올랐던 확률은 66.7%이고, 상승률은 3.5%입니다. 떨어지긴 하지만 여전히 괜찮은 편입니다.상황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통상 FOMC 회의 결과는 소화하는 데 며칠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화 협상과 관련해서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측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8억 달러 규모의 무기 지원을 발표하며 푸틴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날 러시아의 국가 부도에 대해서도 혼란이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러시아가 돈이 없어서 안 주는 게 아니라, 안 받겠다고 하니까 못 주는 것"이라며 "루블화가 오늘 7~8% 절상됐다. 부도 영향이 크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1%대 초중반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나스닥의 상승 폭은 금세 2%대로 치솟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었습니다. FOMC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기준금리 25bp 인상
-대차대조표 축소는 다음 회의(5월)에서 시작될 것으로 전망
-점도표 상 기준금리 중앙값은 2022년 1.875%, 2023년 2.8%로 제시
-2022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4%에서 2.8%로 낮춤
-2022년 물가(근원 개인소비지출 기준) 전망치는 기존 2.7%에서 4.1%로 높이고, 2023년은 기존 2.3%에서 2.6%로 상향 조정기준금리 25bp 인상은 시장 예상대로였습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가 반대표를 던질 것이란 것도 예상하던 사람이 많았죠. 또 대차대조표 축소 계획을 다음 회의에서 확정 짓고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점도표는 매파적으로 평가됐습니다. 중앙값을 보면 Fed 위원들은 올해 7차례(3월 포함), 내년 4차례 등 11차례를 올리겠다는 뜻을 제시했습니다. 월가는 시장 예상(7회)보다는 적은 5~6회 수준을 예상했었죠. 그리고 2023~2024년 전망치인 2.8%는 중립금리로 제시한 2.4%를 넘어섭니다. 물가 전망치도 전반적인 예상보다는 조금씩 높았습니다. 수치가 나오자 시장은 요동쳤습니다. 채권 금리는 순식간에 급등했습니다.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몇 분 만에 연 2%를 넘었고, 5년물(최대 2.242%)과 7년물(2.284%)은 2.2% 후반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보다 덜 오른 10년물(2.248%)보다 더 높아져 수익률 곡선이 역전됐습니다. 30년물 수익률은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하겠다는 Fed의 의지에 단기, 중기 금리는 크게 올랐지만 장기적으로는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10년물은 덜 오르고, 30년물은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그리고 발표 직후 다우와 S&P500 지수는 한 때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2%가량 오르던 나스닥 지수도 상승 폭을 대폭 줄였습니다. 내년까지 11차례나 올리겠다는 점도표가 제시되면서 경기 침체, 혹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입니다.사실 이날 아침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워싱턴포스트에 'Fed는 스태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가는 길을 열고 있다'(The Fed is charting a course to stagflation and recession)라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그는 "파월 의장과 Fed 위원들은 지난 1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체계적으로 잘못 봤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전쟁으로 공급망 문제가 나아질 것 같지 않고, 임금-가격 상승 소용돌이 위험도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서머스는 "Fed는 즉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다시 집중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정책 다이얼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극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는 "한 번에 25bp 이상의 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의 급속한 감축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면 실질 금리가 최소한 2~3% 수준에 도달해야 할 것이다. 이러면 실업률이 향후 몇 년에 걸쳐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Fed 위원들이 서머스의 조언을 수긍한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습니다. JP모건의 데이비드 켈리 글로벌 주식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초저금리를 기반으로 하는 많은 금융 자산이 있다. 하룻밤 사이에 기준금리를 정상 수준으로 올리고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좀 위험한 것 같다. 분명히, 그들은 꽤 공격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오후 2시 30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시작됐습니다. 그는 기조연설문을 읽은 뒤 첫 질문을 받았습니다. 뉴욕타임스 기자는 "이렇게 빨리 금리를 올리면 침체가 오는 것이 아니냐"라고 물었습니다. 파월은 "내 생각에 침체 가능성은 특별히 높지는 않다. 총수요는 매우 강하고 매우 강력한 노동시장은 그렇게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가계와 기업 재무제표도 매우 좋다. 우리는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지만 강한 노동시장을 유지하는 것도 목표다. 우리는 경제가 매우 강하고 긴축적 통화정책을 견뎌낼 수 있다고 느낀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때가 오후 2시 35분이었습니다. 그 발언에 시장 혼란은 사라졌습니다. 채권 금리는 떨어지고, 주가지수는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1.55%, S&P500 지수는 2.24% 상승했고 나스닥은 무려 3.77% 폭등했습니다.파월 의장은 그 외에도
-인플레이션은 올해 중반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플레이션이 2%로 다시 돌아올 것으로 보지만 목표에 도달하는 데 처음 예상보다는 오래 걸릴 것 같다.
(속뜻: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믿고 있다)
-인플레이션 수치가 더 빨리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더 빨리 높이는 게 적절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물가가 정점을 찍지 않으면 50bp를 올릴 수도 있다)
-위원회는 금리 인상 및 대차대조표 감축을 위한 시간이 돌아왔음을 이해한다. 5월 다음 회의에서 대차대조표 감축 계획을 마무리할 것이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5월에 시작할 것 같다)
-우리의 움직임은 금융여건을 약간 긴축시켜 좀 더 정상적 수준으로 이끌 것이다. (지금이 비정상적이다) 라는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역시 성명서는 매파적, 파월은 비둘기파적이라는 공식이 확인됐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근원 물가(PCE 기준) 전망을 올해 4.1%, 내년 2.6%로 크게 높였다면 금리를 가열차게 올려야 하는데, 파월 의장은 여전히 부드럽게 말한다. 이게 Fed가 지나치게 매파적일 수 있다는 일부 우려를 덜어준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Fed 위원들이 물가 전망치를 크게 높이면서도 성장률이나 실업률 전망치는 크게 바꾸지 않은 데 대해 "경제를 해치고 침체가 올 정도로 긴축하지는 않겠다는 뜻이 아닐까"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는 "30년물 금리가 떨어지고 10년물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덜 오른 것은 침체에 대한 걱정도 있겠지만, 공격적 QT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가세한 때문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QT를 공격적으로 한다면 채권이 쏟아져 나와 금리가 크게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수익률 곡선 역전 가능성에 대해 QT를 하면 장기 금리가 오를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설명했습니다.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매파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매파적이어야 할 때다. 인플레이션이 10%에 달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자 이제사야 Fed가 정신을 차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월가에는 이대로 인플레이션을 내버려 뒀다가는 미국 경제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걱정도 많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아예 안하는 것보다는 늦는 게 낫다"(better late than never)라고 총평을 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발표는 중대한 전환이다. 경제전망과 점도표 업데이트를 보면 Fed는 매우 현실적이 된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점도표 중앙값이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예상해온 올해 175bp, 내년 100bp 인상과 비슷해진 점 △일곱 명의 위원이 적어도 한 번의 50bp 인상을 제시한 점 △내년 기준금리를 장기 중립금리 이상으로 제시한 점 등을 들었습니다.제프리스는 "Fed가 제시한 경제전망을 보면 거대한 전환을 보여준다. 위원들은 마침내 일시적 요인으로 인한 물가 하락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할 책임을 인정하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전 Fed 이사였던 랜들 크로즈너 시카고대 교수는 "Fed가 마침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것으로 충분할 것인지, 그리고 조금 늦지않았나 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이미 시스템에 정착했기 때문이다. 2% 이하이던 인플레이션은 8%로 치솟았고 1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지난 1970년대 Fed는 매우 크게 금리를 올려야 했고 이는 경제를 침체에 빠뜨렸다. 나는 더 높은 금리와 전쟁 및 러시아 제재의 불확실성, 그리고 소비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올해 말 내년 초에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침체에 대해선 의견이 아직은 엇갈리는 편입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Fed의 결정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가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을 모두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무시할 순 없지만 그런 걱정은 조금 할인해서 들어야 한다. 경제가 그런 경로를 갈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가 팬데믹과 러시아의 침공이라는 두 가지 공급 측면의 거대한 충격과 씨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 우려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고 경제 성장은 위협받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새로운 코로나 변이가 이전보다 덜 파괴적일 것이고, 러시아는 물러서리라는 것이다. 이게 명확해지면 인플레이션은 후퇴할 것이다. 그러면 Fed는 스태그플레이션 전망이 아니라 이런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정책을 설정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팬데믹,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것이고 금리를 올해 일곱 차례나 올리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디파이언스 ETF의 실비아 자블론스키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고용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실업률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낮다. 또 소비자 지출은 상당히 건전하며, 잉여 저축이 2조 7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경기 침체에 빠질지 생각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LPL리서치에 따르면 Fed가 기준금리 인상 주기를 시작한 뒤에도 증시 수익률은 괜찮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1번의 사이클에서 그 기간 S&500지수가 상승할 확률은 72.7%이고, 상승률은 평균 11.1%에 달합니다. 다만 금리를 많이 올렸을 경우 상승확률과 상승률은 조금 떨어집니다. 금리를 한 해 네 차례 이상 올린 해는 18번이 있었습니다. 그 해 주가가 올랐던 확률은 66.7%이고, 상승률은 3.5%입니다. 떨어지긴 하지만 여전히 괜찮은 편입니다.상황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통상 FOMC 회의 결과는 소화하는 데 며칠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화 협상과 관련해서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측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8억 달러 규모의 무기 지원을 발표하며 푸틴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날 러시아의 국가 부도에 대해서도 혼란이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러시아가 돈이 없어서 안 주는 게 아니라, 안 받겠다고 하니까 못 주는 것"이라며 "루블화가 오늘 7~8% 절상됐다. 부도 영향이 크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