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EU엔 철강 합의해준 미국 "한국산은 이미 많은 혜택 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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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철강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미국에 재협상을 거듭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재협상 착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이 유럽연합(EU)과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철강에 대해선 최근 연이어 규제를 완화하기로 합의해준 것과는 대조적이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베이시티에 있는 SK실트론CSS 공장 증설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한국과 철강 문제에 대해 협상을 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 관세 조치의 혜택 측면에서 한국은 실제로 관세 혜택을 확보한 최초의 국가 중 하나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그는 한국산 철강 수입이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에 의해 제한된 것과 관련해 "쿼터제는 이미 한국으로부터의 면세 수입을 허용하고 있고, 이는(쿼터제는) 대부분의 무역 파트너들에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린 한국과 지속해서 이야기하겠지만 한국은 실제로 다른 많은 국가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고 이미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을 모든 사람이 상기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타이 대표가 말한 '혜택'은 미국이 2018년 자국 안보 보호를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대부분 국가의 철강에 대해 25%의 일률적인 관세를 부과한 반면 한국에 대해선 일정 물량까지 무관세로 수입하는 '쿼터제'에 합의한 점을 의미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EU, 일본, 중국, 캐나다 등 세계 대부분의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한 수입품에 대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서다. 한국은 일률적인 관세 적용은 피했지만 대미 수출 물량을 2015~2017년 3년 간 평균 수출량(383만t)의 70%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대미 철강 수출은 이후 268만t으로 줄었다.한국이 다른 국가들보다는 그나마 나은 합의를 받았다는 평가가 뒤집어진 것은 지난 10월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EU산 철강에 대해 연간 330만t까지는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고, 그 이상 수입물량에 대해선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할당관세(TRQ)'를 적용하기로 EU와 합의했다. 268만t의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을 수출할 수 없는 한국과는 다른 조건이다. 일본 역시 지난달 TRQ 방식의 합의를 미국으로부터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올 4월부터 일본산 철강에 대해 125만t까지는 무관세를 적용하고 초과 수입량에 대해 25%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EU와 일본이 모두 미국으로부터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합의를 이끌어낸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경쟁국의 철강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이전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 미국과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완화를 두고 협상을 시작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열린 '한·미FTA 10주년 좌담회'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 측과 만날 때마다 철강 관세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며 "미국도 철강 관세 이슈가 한국에서 민감한 주제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문승욱 산업부 장관도 지난 1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이 경쟁국과 비교해 뒤처지는 통상 환경에 놓이지 않도록 가급적 빨리 (철강) 협상 개시를 이끌어내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 장관은 기자간담회 당시 미국이 일본과 협상을 우선 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한국이 재협상에 나서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지금은 일본과 미국 사이의 협상도 모두 마무리된 상태다.
한국산 철강 규제 완화를 위한 재협상에 부정적인 캐서린 타이 대표의 발언은 이 같은 맥락 속에서 나왔다. 여 본부장은 이날 타이 대표와 함께 SK실트론 공장을 방문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베이시티에 있는 SK실트론CSS 공장 증설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한국과 철강 문제에 대해 협상을 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 관세 조치의 혜택 측면에서 한국은 실제로 관세 혜택을 확보한 최초의 국가 중 하나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그는 한국산 철강 수입이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에 의해 제한된 것과 관련해 "쿼터제는 이미 한국으로부터의 면세 수입을 허용하고 있고, 이는(쿼터제는) 대부분의 무역 파트너들에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린 한국과 지속해서 이야기하겠지만 한국은 실제로 다른 많은 국가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고 이미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을 모든 사람이 상기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타이 대표가 말한 '혜택'은 미국이 2018년 자국 안보 보호를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대부분 국가의 철강에 대해 25%의 일률적인 관세를 부과한 반면 한국에 대해선 일정 물량까지 무관세로 수입하는 '쿼터제'에 합의한 점을 의미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EU, 일본, 중국, 캐나다 등 세계 대부분의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한 수입품에 대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서다. 한국은 일률적인 관세 적용은 피했지만 대미 수출 물량을 2015~2017년 3년 간 평균 수출량(383만t)의 70%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대미 철강 수출은 이후 268만t으로 줄었다.한국이 다른 국가들보다는 그나마 나은 합의를 받았다는 평가가 뒤집어진 것은 지난 10월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EU산 철강에 대해 연간 330만t까지는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고, 그 이상 수입물량에 대해선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할당관세(TRQ)'를 적용하기로 EU와 합의했다. 268만t의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을 수출할 수 없는 한국과는 다른 조건이다. 일본 역시 지난달 TRQ 방식의 합의를 미국으로부터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올 4월부터 일본산 철강에 대해 125만t까지는 무관세를 적용하고 초과 수입량에 대해 25%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EU와 일본이 모두 미국으로부터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합의를 이끌어낸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경쟁국의 철강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이전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 미국과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완화를 두고 협상을 시작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열린 '한·미FTA 10주년 좌담회'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 측과 만날 때마다 철강 관세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며 "미국도 철강 관세 이슈가 한국에서 민감한 주제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문승욱 산업부 장관도 지난 1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이 경쟁국과 비교해 뒤처지는 통상 환경에 놓이지 않도록 가급적 빨리 (철강) 협상 개시를 이끌어내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 장관은 기자간담회 당시 미국이 일본과 협상을 우선 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한국이 재협상에 나서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지금은 일본과 미국 사이의 협상도 모두 마무리된 상태다.
한국산 철강 규제 완화를 위한 재협상에 부정적인 캐서린 타이 대표의 발언은 이 같은 맥락 속에서 나왔다. 여 본부장은 이날 타이 대표와 함께 SK실트론 공장을 방문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