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째 상장예심 승인 '0'…한국거래소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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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심사 인력 51% 교체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 업무가 두 달가량 ‘올스톱’되면서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 기업의 자금 확보에 차질이 생기고 공모주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무 인수인계 길어져 심사 지연
IPO 앞둔 기업 "일정 꼬여 비상"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약 두 달간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한 일반 기업의 예비 심사 승인을 내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승인한 대명에너지, 공구우먼, 유일로보틱스, 모아데이타 등 네 곳이 마지막이었다.현재 거래소의 승인을 기다리는 곳은 43개사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은 SK쉴더스 쏘카 교보생명 현대오일뱅크 원스토어 등 5곳,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은 범한퓨얼셀 성일하이텍 루닛 등 38곳이다. 이 중 25곳이 지난해 4분기 예비 심사를 신청했다. 디앤디파마텍과 범한퓨얼셀은 1~2월에 승인이 예상됐으나 한 달가량 지연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예비 심사에는 영업일 기준 45일이 소요되지만, 최근에는 석 달을 넘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작년 10월 예비 심사를 신청한 골판지 제조사 태림페이퍼와 신재생에너지 기업 대명에너지는 심사 승인까지 각각 76일, 71일이 걸렸다.
증권가는 올초 이뤄진 거래소 인사로 심사 인력이 대거 바뀐 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 1월 거래소는 상장 부서장을 모두 교체했다. 이근영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 부장과 이충연 코스닥시장본부 상장 부장이 새로 임명됐고 부서 인력의 50% 이상이 물갈이됐다. 코스닥 상장심사부는 전체 인력 9명 중 6명이 바뀌었다.상장부서의 이례적인 대규모 물갈이는 거래소 수뇌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부서 담당자 상당수가 오랫동안 심사 업무를 맡게 되면 장외기업들과 자칫 유착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상장 부서에 대한 거래소 직원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반영됐다.
당분간 IPO 시장의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심사 담당자가 바뀌면 기업들은 기존에 진행하던 절차와 상관없이 원점부터 다시 심사받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특히 바이오·e커머스 등 재무제표상으로 기업가치를 판단하기 힘든 스타트업의 기술특례 상장이 늘어나는데 새로운 심사담당자들이 이들 기업을 제대로 들여다보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인사 문제에 IPO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이참에 기술특례 상장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개방직 채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