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희 선관위장, 사퇴 거부

회의에서 "앞으로는 더 잘하겠다"
김세환 사무총장 사표는 수리
野·대한변협 재차 "물러나야"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7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과 관련해 사의를 밝힌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사직서를 17일 수리했다. 하지만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은 선관위 안팎의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야당과 법조계는 재차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선관위원 전체회의에서 노 위원장은 “선관위의 상황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앞으로 선거 관리를 더 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장직 사퇴 의사 등 거취 관련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이날 회의는 사전투표 관리 부실 논란 끝에 전날 사의를 밝힌 김 사무총장의 면직을 위해 소집됐다. 노 위원장을 비롯해 위원 7명이 참석한 회의에선 김 사무총장 면직안이 의결됐다. 지역선관위에 재직 중인 아들의 채용·승진 특혜 논란도 김 사무총장의 사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후임 사무총장은 이날 결정하지 않았다.

노 위원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입장문을 내고 “사전투표와 관련해 국민께 불편과 실망을 드려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다만 “지금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고, 신속하게 선거를 준비해야 할 때”라며 “위원장으로서 (거취에) 신중할 수밖에 없고, 그게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것임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사퇴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 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로부터 “사퇴할 생각은 없느냐” 등의 질문을 받았지만 답하지 않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위원장이 자리를 유지하는 한 불신을 해소하지 못한다”며 재차 사퇴를 요구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선거에서 부실과 혼란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지극히 엄중한 사태로서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