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몰랐지"…퇴직연금 '20조' 저축은행으로 '무브'

저축은행 퇴직연금 잔액 20조 돌파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최고 年 3%
'예금자보호법' 5000만원 원리금 보장
사진=연합뉴스
저축은행 퇴직연금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 진출 3년여 만에 저축은행이 유치한 퇴직연금 수신 잔액은 20조원을 뛰어넘었다. 시중은행 대비 높은 금리 경쟁력이 저축은행 퇴직연금 수요 증가를 이끈 주요인으로 풀이된다. 현재 저축은행 퇴직연금 수신 상품의 금리는 연 3%까지 오른 상태다.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포함된 저축은행 정기 예·적금의 경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리금 5000만원까지 보장된다는 점도 선호도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18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32개사의 퇴직연금 수신 잔액은 지난해 4분기 기준 20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3조4000억원) 대비 56% 증가한 수치다. 2019년 4분기(6조7000억원)와 비교하면 무려 212% 급증했다. 금융당국이 2018년 DC형 퇴직연금과 IRP에 저축은행 예·적금을 포함하도록 퇴직연금감독규정을 개정한 데 따른 결과다. 규정 개정 이후 퇴직연금을 판매하는 저축은행 수는 2018년 23개사에서 2021년 32개사로 매년 불어나고 있다.지난해 퇴직연금 수신 잔액 증가세가 두드러진 곳은 SBI저축은행이었다. SBI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수신 잔액은 지난해 말 1조6700억원으로, 전년(1조1000억원) 대비 5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페퍼저축은행 퇴직연금 수신 잔액은 2조1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으로 19% 늘었다. OK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수신 잔액은 2020년 말 2조원에서 지난해 말 2조2000억원으로 10% 증가했다.

금리 경쟁력이 저축은행 퇴직연금 수요 확대를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저축은행 퇴직연금 수신 상품 중 금리가 가장 높은 것은 연 3.00%의 금리를 제공하는 애큐온저축은행 정기예금(3년 만기)이었다. 1년 만기로도 2% 후반대 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이 많았다. 푸른상호저축은행과 드림저축은행은 연 2.80%, 스마트저축은행은 연 2.75%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애큐온저축은행과 유진저축은행, OK저축은행은 연 2.70% 금리를 적용 중이다.

시중은행 퇴직연금 만기 3년 이하 상품 중 연 2% 후반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SC제일은행의 정기예금이 유일했다. 3년 만기 연 2.80%, 1년 만기 연 2.50% 금리를 주는 식이다. SC제일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상품 대다수는 금리가 1% 중후반대에 머물렀다. DC형 퇴직연금·IRP 기준으로도 저축은행 상품의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확연히 높았다. 저축은행 중 금리가 가장 높은 것은 연 2.80% 금리를 제공하는 애큐온저축은행 정기예금(3년 만기)이었다. 이에 대응하는 시중은행 퇴직연금 상품은 신한은행 정기예금(3년 만기)으로, 금리는 연 2.40%에 그쳤다.DC형 퇴직연금과 IRP에 포함된 저축은행 정기 예·적금의 경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리금 5000만원까지 보장된다는 점도 선호도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해 투자할 수 있고, 두 개 저축은행에 5000만원씩 총 1억원을 나눠 넣고 예금을 보호받을 수도 있다. 가입자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에도 퇴직연금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증권사, 은행, 자산운용사 등을 통해 자금을 유치하는 형식으로 운영되는 만큼 판매관리비를 포함한 비용 일체를 줄일 수 있어서다. 통상 퇴직연금이 일반 예·적금보다 오랜 시간 유지되기 때문에 자금 운용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단 점도 장점이다. 향후 추가적인 저축은행 퇴직연금 시장 확대가 전망되는 이유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 대비 높은 금리 경쟁력,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원리금 보장 요인으로 퇴직연금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저축은행으로서도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안정적인 수신자금 운용이 가능한 영역이다 보니 업계 관심이 높은 편이다. 대형 저축은행들이 퇴직연금 시장을 확대할 의지를 지속 표하고 있는 만큼, 시장 성장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