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사우나·화장실 들어온 女…"뭘 그렇게 야박하게 굴어?"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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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공간 들이닥친 여성들 사연 논란최근 남자 사우나 및 화장실에 여성이 출입해 당혹감을 느꼈다는 사연이 연달아 공개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궈졌다. 일부 남성 네티즌들은 사연 속 여성들의 고의 여부를 떠나서, '별일이 아닌 것'처럼 인식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를 냈다. 성별의 구분 없이 같은 잣대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5성급 호텔 사우나부터 화장실까지
"같은 잣대로 봐야 하지 않겠나" 토로
먼저 호텔 남자 사우나에서 나체 상태로 있던 남성이 실수로 출입한 여성과 마주쳤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국내 5성급 호텔 피트니스센터 회원 A 씨는 사우나에서 목욕을 마친 뒤 나체 상태로 있던 중 20~30대로 보이는 여성 B 씨와 마주쳤다고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밝혔다.
당시 A 씨와 B 씨 간의 거리는 약 2~3m였다고. A 씨는 "1초 정도 저를 보시더니 놀라서 뒤돌아 나가시더라"며 "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순간 얼었다"고 했다.
A 씨는 호텔 리셉션으로 가서 즉각 항의했다. 이어 이 장면을 목격한 B 씨도 다가와 "보자마자 바로 돌아 나왔다"며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호텔 측은 이후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CCTV를 확인해보니 투숙객 커플이 구경하러 안에 들어갔던 것 같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은 처음"이라면서 사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호텔 측의 사과에도 A 씨의 불만은 전부 해소되지 않았다.
A 씨는 "사실 제가 되새길수록 기분이 나쁜 건 B 씨가 제 알몸을 보게 된 것도 있지만, 사건 발생 직후 제가 리셉션에서 항의했을 때 분위기"라며 "심각한 사안임에도 B 씨나 호텔 직원분이나 '제가 남자여서 별일 아니다'라는 분위기를 보인 게 가장 기분이 나빴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분이 안 좋아서 집에 가는데 생각할수록 호텔이 괘씸하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여자 사우나를 실수로 들어가서 알몸 여성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나왔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게 됐다"며 "과연 호텔 측의 사과 한마디로 끝났을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 씨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A 씨의 사연을 접한 또 다른 남성 네티즌 C 씨는 "A 씨의 글을 보니 며칠 전 남자 화장실에서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면서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던 중 한 여성을 마주쳤던 사연을 같은 커뮤니티에 올렸다.
C 씨는 "사무실이 위치한 상가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뒤에 대변 칸에서 어떤 여성이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흠칫 놀랐다"고 한다. C 씨는 이어지는 여성 D 씨의 반응이 매우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C 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가 "아주머니, 여기 남자 화장실이다. 여성분이 들어오시면 안 된다"고 하자, D 씨는 "에이 뭘 그러냐. 급하면 쓸 수도 있는 거지"라고 대답했다.C 씨가 "엄연히 여성분이 남자 화장실에 들어오면 성범죄가 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라"고 재차 지적했지만, D 씨는 "뭘 그렇게 야박하게 구나. 급하면 쓸 수 있는 거지. 그리고 뭐? 성범죄?"라고 반문했다고.
더 이상의 대화가 통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C 씨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순간 이런 일로 경찰에 신고하는 게 맞는 건가 생각도 들고 괜한 일에 경찰을 힘들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의외로 경찰관은 '많이 놀라시진 않으셨나. 지금 바로 출동하겠다'고 했다"며 "제가 신고하는 걸 들은 D 씨는 그제야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라. 적반하장 태도는 경찰 신고와 함께 사라졌다"고 했다.
C 씨는 "어느 분은 오지랖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제가 과하게 행동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였다면 어땠겠나. 그냥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문제였겠냐"고 했다.그러면서 "남녀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요즘, 같은 잣대로 보는 건 어렵더라도 적어도 비슷한 시선으로는 봐줘야 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