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유치한 '바이오벤처 1세대' 메디포스트[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

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1주일 동안 가장 ‘핫(hot)’하고 ‘콜드(cold)’했던 종목을 쏙 뽑아 들여다봅니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

3월 14~18일 주간 바이오업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곳은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회사인 메디포스트입니다. 메디포스트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와 크레센도 자금 약 1400억원을 유치했다고 17일 밝혔습니다.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양윤선 대표도 보유 지분 40만주를 스카이레이크와 크레센도 측에 매각했습니다.

투자 유치가 모두 마무리되면 최대주주는 양 대표에서 스카이레이크와 크레센도로 바뀝니다. 양 대표의 메디포스트 지분율은 3% 수준까지 낮아집니다. 스카이레이크와 크레센도 지분율은 20.7%가 됩니다. 양 대표는 최대주주 지위는 내려놓지만 경영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창업주가 2대 주주로 물러나지만 메디포스트의 대규모 투자 유치 소식에 주가는 크게 올랐습니다. 지난주 1만9100원에 장을 마친 메디포스트는 이번주 2만3900원으로 25.1% 올랐습니다.발표 당일에는 주가가 반짝 상승했다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이튿날 15.18% 급등했습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자금 유치 공시 당일 이익 실현 매물 영향에 주가가 크게 오르지는 못했다"고 했습니다.

통상 바이오벤처 창업주가 지분을 매각하면 주가에 악재입니다. 창업주가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고 엑시트(exit)한다고 보기 때문이죠. 메디포스트는 반대였습니다. 확보한 자금으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한다고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메디포스트는 확보한 자금 가운데 약 850억원을 북미에 있는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CDMO 업체에 투자할지, 아니면 아예 인수할지는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했습니다. 오는 5월에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해외 진출도 속도를 냅니다. 메디포스트는 양 대표가 지난 2000년 삼성서울병원 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세운 1세대 바이오벤처입니다. 2012년 다른 사람의 제대혈에서 뽑아낸 줄기세포로 만든 무릎골관절염 치료제(카티스템)를 세계 최초로 내놓으며 주목을 받았죠.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국가대표 감독이 카티스템 수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후속작의 부재였습니다. 카티스템 출시 10년이 지났지만 이를 이을 만한 후속 파이프라인(후보물질) 개발이 지지부진했습니다. 카티스템 자체도 해외 진출이 번번히 막히며 ‘내수용’ 딱지가 붙었습니다. 메디포스트 줄기세포치료제 매출의 100%가 국내입니다.

메디포스트는 확보한 자금 가운데 550억원은 카티스템 미국 임상 3상과 차세대 무릎골관절염치료제인 SMUP-IA-01 미국 임상 1상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SMUP-IA-01은 수술이 필요한 카티스템과 달리 편의성 좋은 주사제형입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FDA 관문 통과입니다. 아직 FDA 허가 문턱을 넘은 줄기세포치료제는 없습니다.공시 당일 주가가 생각보다 크게 반응하지 못한 것도 이런 점에 대한 우려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크레센도 관계자는 "메디포스트는 탁월한 기술력과 상업성을 바탕으로 줄기세포치료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시장 입지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글로벌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글로벌 사업 확장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메지온은 1주일새 주가가 16만8000원에서 14만7000원으로 12.5% 하락했습니다.

14일에만 22% 급락했습니다. 이날 나온 대표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인 '유데나필' 이슈 때문으로 보입니다. 유데나필은 폰탄수술을 받은 12세 이상 환자의 호흡과 운동 기능을 개선해주는 치료제입니다.

선천성 심장 기형(단심실증)으로, 정맥혈과 동맥혈이 섞이는 환자가 받는 수술이 폰탄수술입니다. 수술을 받지만 만성심부전증 같은 운동 능력 저하 등의 부작용이 많이 나타납니다. 폰탄수술 환자의 호흡과 운동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치료제가 유데나필입니다.

메지온은 임상 3상을 마치고서 작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유데나필 신약허가신청(NDA)을 했습니다.

메지온은 이후 자신들이 제출한 임상 3상 결과 가운데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1차 지표 대신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2차 지표를 내세워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참고로 통상 1차 지표로 약의 유효성을 입증합니다.

메지온은 지난해 12월에도 임상 3상 데이터를 재분석했다며 유효성 입증에 유리한 내용을 FDA에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메지온이 데이터를 재분석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임상 3상 환자 가운데 '슈퍼 폰탄' 환자가 있었고, 이들은 본래 정상인과 운동 능력에 크게 차이가 없어 유데나필을 투여해도 개선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겁니다. 임상 환자 가운데 15%가 슈퍼폰탄이었다는 게 메지온 주장입니다.

이에 메지온은 이들을 뺀 새로운 데이터로 FDA에 유데나필의 유효성을 주장했습니다. 이미 제출한 시험 문제 답안의 풀이 과정을 고치는 듯한 과정을 반복한 것입니다.

메지온은 지난 2월 11일 FDA와의 미팅에서 자신들이 제출한 추가 자료가 FDA가 정한 '주요 개정안(Major Amendment)'에 해당하는지 문의했습니다. FDA는 "주요 개정안은 공식적으로 신청을 해야 하고,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심사를 해야한다"는 답변했습니다. 그냥 자료만 추가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이에 메지온은 2월 25일 주요 개정안 제출을 공식 신청했습니다. 메지온 관계자는 "현재 FDA에 주요 개정안을 공식 신청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아직 받아들여지진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FDA가 이를 수용한다면 메지온 유데나필 승인은 물리적으로 3개월 뒤로 밀립니다. 원래 3월 말이 기한이었는데, 6월 말로 연기되는 겁니다. 이런 내용이 공개된 14일 공개됐고, 그날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원래 데이터대로 승인을 받으면 되지, 굳이 일정이 미뤄지는 주요 개정안을 신청할 필요가 있었냐"는 실망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메지온은 18일 FDA와 추가 미팅을 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미팅 내용을 주말 동안 정리해 다음주 초에는 투자자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