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 기업을 PICK한 이유[VC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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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2년 전 TBT에 공동대표로 합류해 600억원 이상 활발하게 투자했습니다. 특히 330억원 규모의 오픈이노베이션펀드를 조성해 대표 펀드매니저로 1년 7개월간 23개 스타트업에 투자해왔습니다.
임정욱 TBT 공동대표
투자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자'
업스테이지, 그렙, 에딧메이트에 투자
상당히 많은 좋은 기업에 빠르게 투자한 편인데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습니다. 언제나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요소는 '창업자'입니다. 그러니까 좋은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좋은 창업자들을 알아둬야 합니다. 예전에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을 하면서 워낙 많은 창업자들을 두루두루 만나둔 것이 투자에 있어 큰 힘이 됐습니다.◆인공지능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인공지능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경우 홍콩과기대 교수로 있던 김성훈 대표를 오래 전에 소개받아서 알고 있었는데요, 네이버 클로버팀으로 옮겨서 활약하고 있었던 그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행사에서 만났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 훌륭한 설명 능력, 사람을 모으는 친화력 등에 대해서 신뢰를 갖게 됐습니다. 그런 분이 창업을 하고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시리즈A 단계에서 먼저 연락을 주셔서 투자 검토를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업스테이지팀이라면 한국에서 인공지능 유니콘을 만들 수 있겠다는 신뢰를 하게 됐고 결국 투자로 이어졌습니다. 아마 처음 만난 사이였다면 이렇게 빨리 투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아니 투자 기회도 못 얻었을지 모릅니다).
*업스테이지는 지난해 8월 소프트뱅크, TBT 등으로부터 시리즈 A로 316억을 투자받았습니다.◆채용 솔루션 스타트업 그렙
개발자 코딩 테스트·채용 플랫폼인 '프로그래머스', 온라인 시험감독 플랫폼인 '모니토’로 급성장중인 그렙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2020년 말 실리콘밸리 행사에서 뵙고 알고 지내던 국민대 임성수 교수에게 연락이 왔는데요. 임 교수는 그렙이라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었고, 투자 관련해서 상담요청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수가 하는 스타트업은 '뭔가 사업화에 약하지 않을까'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저는 솔직히 심드렁하게 미팅을 가졌습니다.그런데 그렙은 훌륭한 회사였습니다. 공동 창업자인 이확영 대표는 카카오의 전 CTO로 전설적인 개발자였습니다. 개발자를 위한 코딩 테스트 플랫폼에서 쌓인 노하우로 온라인 시험 감독 플랫폼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팬데믹 상황에서 막 급성장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빠른 성장을 위해서 브릿지성 자금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요. 훌륭한 팀이 코로나19 시국에 '딱 필요한' 문제 해결을 하는 솔루션을 내놔 매출이 쭉쭉 오르고 있었습니다. 바로 투자 결정을 내리고 15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이후 지난해 초부터 개발자 채용 대란까지 일어나면서 그렙은 기대만큼 잘 성장중이고 후속투자까지 유치했습니다.
◆영상편집 플랫폼 에딧메이트
어떤 창업자를 오래도록 알고 지켜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에딧메이트의 최병익 대표의 경우 그가 '쿨잼컴퍼니'를 창업해 음악 관련 스타트업을 해온 것을 대략 5년 전부터 봐왔습니다. 수익모델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은 사업이라고 생각했고 예상대로 고전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계속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유튜브 영상 제작을 위한 에디터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성장을 시작했습니다. 그 시점에서 제게 투자 유치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고비마다 그를 지켜본 결과 신뢰감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맞춤형 화장품 솔루션을 만드는 릴리커버도 마찬가지 경우입니다.결국 이처럼 투자라는 것은 창업자와 투자자간의 많은 노출과 연결을 통해서 이뤄집니다. 업계에서 알려진 '검증된 스타 창업자'가 아닌 경우에야 단 한번 만나서 투자 결정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창업자들을 가볍게라도 많이 만나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업자들도 투자받기를 원하는 VC가 있으면 미리미리 연락해 만나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데모데이 등 행사에서 투자자들을 많이 만나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10여 년 전 실리콘밸리에서 살면서 접한 현지의 VC들은 대부분 '수퍼 네트워커'였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창업자들을 만나고 조언하고, 투자하고, 또 다른 대기업이나 투자자들에게 소개해주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었죠. 지난 2년 간 코로나19 때문에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내가 수십 년간 쌓아둔 인맥이 스타트업 투자에도 가장 큰 도움이 됐습니다.
*2020년 3월 TBT에 합류한 임정욱 대표는 이달 말 2년 간의 임기를 마무리한다. 잠시 휴식기를 가질 예정인 임 대표는 향후 TBT의 벤처 파트너로 인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리=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