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약, 항암제 안 듣는 두경부암 치료에 효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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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피츠버그대병원 연구결과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사진)이 화학 항암제에 내성이 있는 두경부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약효 억제하는 리소좀 작용 막아
함께 처방하면 종양 성장 느려져
미국 피츠버그대병원(UPMC) 힐만 암센터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4일자에 이와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두경부암은 구강암, 후두암, 인두암 등 머리와 목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통틀어 일컫는다. 구강암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절제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표준 치료법으로 한다. 시스플라틴이 1차 치료제로 주로 처방되지만 간혹 내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연구진은 먼저 시스플라틴의 내성 원인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앞선 연구에서 ‘TMEM16A’라는 단백질에 의해 시스플라틴 내성이 발생한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연구에선 두경부암 환자의 약 30%에서 이 단백질이 과발현돼 있었다. TMEM16A는 세포막에 발현되는 단백질로 여러 물질이 세포 안팎을 이동하게 해주는 통로다. 하지만 이 단백질이 어떻게 시스플라틴의 내성을 불러일으키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TMEM16A가 시스플라틴을 세포 내 작은 주머니인 리소좀에 가둬 약물이 제 기능을 못하게 하는 것을 확인했다. 리소좀은 ‘쓰레기 처리장’으로 불리는 세포 소기관이다. 필요 없는 단백질을 분해해 세포 밖으로 내뱉는다. 리소좀 안에 들어온 시스플라틴 역시 다른 단백질처럼 분해돼 세포 밖으로 배출된다. 시스플라틴은 세포 안에 있는 DNA에 결합해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약물이기 때문에, 세포 밖으로 배출되면 제 작용을 하기가 어렵다.
연구진은 이런 메커니즘에 착안해 리소좀의 기능을 억제하는 항말라리아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떠올렸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리소좀이 불필요한 단백질을 처리하는 메커니즘을 저해한다. 연구진은 시스플라틴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될 것으로 판단했다.연구진은 사람의 암세포를 이식한 닭의 배아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시스플라틴을 처리했다. 그러자 시스플라틴만 처리한 배아보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함께 처리한 경우 암세포를 더 많이 제거하는 것을 확인했다.
국내 두경부암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환자 수는 2만1223명이다. 2016년에 비해 23% 증가한 것으로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