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제재 탈출구' 자처한 인도…루블·루피 결제시스템 도입

원유 등 러 원자재 헐값 매입
전쟁 기회로 '親러 노선' 강화
인도가 서방의 제재로 경제 고립에 빠진 러시아와의 무역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인도 국영 정유회사가 러시아 원유를 구매한 데 이어 인도중앙은행은 인도 화폐 루피와 러시아 화폐 루블 간 결제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도중앙은행은 루피-루블 결제시스템 마련을 위해 사전 협의를 하고 있다. 양국 간 직결제 거래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서비스 제공 가능 은행은 어디인지 등을 물색하고 있다. 러시아 금융회사들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제외된 뒤 러시아는 무역거래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중앙은행은 자국 수출기업 요청에 따라 새 결제시스템 구축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인도 최대 국영 정유기업 IOC는 지난 14일 에너지 유통사 네덜란드 비톨로부터 5월 인도분 러시아산 우랄유 300만 배럴을 구입했다. 비톨은 제재가 적용되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IOC가 거래 비용을 지불하는 데 문제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JS)은 이번 거래가 사전에 정해진 계약 옵션을 이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IOC는 올해 말까지 러시아 석유기업 로즈네프트로부터 1400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옵션 계약을 맺었다. 인도는 그동안 양국 간 거래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수요자가 사라져 우랄유가 헐값으로 내려가자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비톨은 우랄유를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20~25달러 저렴하게 팔았다.

인도가 러시아 제재 강도를 떨어뜨리는 탈출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도의 원유 사용량은 하루 450만 배럴이다. 인도는 원유 수요량의 80%를 수입한다.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던 원유는 전체의 2~3%에 불과했다. 인도 정부는 다른 러시아산 원자재 매입 계획도 세웠다. 러시아 동맹국 벨라루스로부터 비료를 싸게 수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인도는 각종 무기와 미사일, 전투기 등 군수물자의 60%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한다. 앞서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총회 표결에서 기권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