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어느 땐데…"종량제 봉투는 현금만 받아요" 이유 봤더니 [박한신의 커머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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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유독 종량제 봉투는 현금결제만 받는 경우가 많을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편의점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편의점에서 파는 다른 상품은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일괄적으로 발주한 뒤 배송 받아 판매하는 구조인데요. 종량제 봉투는 아닙니다. 가맹점주들이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구매요청을 해서 받아와야 합니다.판매 이전 단계인 조달방식부터 이원화되는 번거로움이 생기는 셈입니다. 굳이 종량제 봉투를 구비해놓지 않는 점주들이 많은 이유죠. 구청으로부터 봉투를 가져와도 본사 조달이 아니기 때문에 바코드 생성 등 카드 결제를 위한 절차가 매우 번거롭다고 합니다. 점주로서는 이 과정에서 또 '귀찮은데 현금만 받자'라는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종량제 봉투가 이윤이 많이 남는 상품일까요. 전혀 아니었습니다. 각 지자체마다 봉투 가격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점주가 가져가는 종량제 봉투 마진 비율은 6~10% 수준이라고 합니다. 다른 제품보다 훨씬 낮습니다. 여기에서 3% 가량의 카드 수수료를 떼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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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일부 지자체 또한 점주들에게 봉투를 팔 때 현금만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자신들도 남는 게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인데요, 실물 현금을 받으면 관리가 어려우니 계좌이체를 요구하기도 한다네요. 그런데 그럴 거면 차라리 종량제봉투 가격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