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달러의 미래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Andy Kessler WSJ 칼럼니스트

"中·러, 달러 의존도 줄이지만
기축통화로서 가치 유지될 것"
미국 달러는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액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 같은 미국의 ‘특권’을 빼앗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지 모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가 강해지면서 6300억달러(약 764조원)에 이르는 러시아 외환보유액이 동결됐다. 러시아 신흥재벌 ‘올리가르히’에도 제재가 이어졌다.

비자, 마스터,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신용카드 회사들은 러시아 사업을 중단했다. 애플페이 구글페이 등의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아 모스크바 지하철에서는 현금 없는 여행객들의 발이 묶이기도 했다. 넷플릭스부터 나이키까지 기업들의 자발적 제재도 이뤄지고 있다.러시아를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제외한 것은 옳은 조치였을까. 반대론자들은 러시아가 중국에 밀착해 위안화를 채택하거나 암호화폐를 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달러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달러를 투매하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중국과 러시아는 2014년 이후 양국 간 무역에서 달러 의존도를 크게 낮췄다.

달러는 1944년 7월 브레턴우즈 협정 이후 세계의 기축통화로 쓰여왔다. 달러는 금에 고정되고 다른 동맹국 통화는 달러에 고정됐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달러는 강력한 위치에 올랐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여전히 미국의 달러를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 중국은 1조달러 이상의 미국 국채를 갖고 있다. 러시아도 수천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왜 달러를 보관하고 있을까. 무엇이 그 달러의 가치를 뒷받침하는가. 전통적인 대답은 미국 정부의 ‘신용’이다. 달러의 가치를 실제로 지지하는 것은 성장하는 미국 경제라고 할 수 있다.러시아를 비롯해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은 1990년대 후반 통화 위기를 겪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들은 과도하게 늘어난 부채의 만기가 다가왔을 때 자국 통화를 보호할 만큼 충분한 외환을 확보하고 있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등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러시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멕시코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의 6분의 1 정도다. 위안화 가치는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올해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5.5%를 제시했다. 중국은 글로벌 고객을 위해 스마트폰 장난감 신발 등을 더 많이 생산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몇 주 만에 40% 이상 사라졌다. 만약 러시아와 다른 나라가 위안화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략했다는 이유로 서방의 제재에 발목이 잡혔다면 비슷한 수준의 평가절하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신들의 통화가 서로 뒷받침해줄 수 있다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달러의 가치를 지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미국 중앙은행(Fed)은 기준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달러 가치를 지켜야 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강한 달러가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외칠 필요가 있다.

미국 기업들은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바이 아메리칸’ 구호를 그만둬야 한다. 노조가 강한 미시간주에서는 애플 아이폰을 조립할 수 없다. 미국의 강점은 동유럽이나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사들이는 데 있다. 이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당장 달러를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은 전환이 일어나는 때다. 미국은 달러의 지위를 위험하게 해서는 안 된다. 다른 나라들이 달러를 투매하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릴 것이다. 달러의 특권은 유지할 가치가 있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Is the Dollar in Danger?’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