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尹 '집무실 이전' 공약…'난관 돌파냐, 반걸음 후퇴냐'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인수위원들이 18일 오후 새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첫 개혁 과제로 내세운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이 기로에 섰다. 예상치 못한 각종 난관에 부딫힌데다, 야권 내부에서조차 '꼭 해야하냐'는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다만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강한만큼 물러섬 없이 이 문제를 마무리 지을거란 관측도 나온다.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 윤한홍 청와대 이전TF팀장, 김성한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 간사 등은 18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지의 최종 후보인 용산 국방부 청사와 광화문 외교부 청사를 직접 둘러보며 점검했다. 더 유력하다고 알려진 용산 국방부 시찰에서는 국방부 출입 기자들의 매서운 질문이 쏟아졌다. 한 기자가 '시설 공사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다음달 한미연합훈련은 제대로 하겠나'라고 하자, 권 부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질문하시면 곤란하다. 다 감안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다른 기자가 "결정해놓고 보여주기식 절차가 아니냐"고 하자 권 부위원장은 "그런식으로 얘기하면 굉장히 실례된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계속해서 비판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용산 국방부가 청와대랑 다른게 뭐냐' '반대 여론이 많다'는 질문이 나왔고, 심지어 경호 안보의 한계를 언급하며 '이런 말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내가 간첩이면 저 위(반대편 아모레퍼시픽 건물)에서 죽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기자도 있었다.이날 당내에서도 '신중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 집무실 이전에 국민의견 수렴 등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대선과 함께 치러진 충북 청주상당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돼 이번에 여의도로 입성했다.

정 의원은 "지금은 무엇보다도 청와대 집무실 이전보다 50조원 소상공인 지원, 부동산 문제, 급격한 물가 인상 등 악화되는 민생과 경제 상황에 대해 먼저 고민할 시기"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당선인이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만약 청와대 집무실을 급하게 용산으로 이전할 경우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방부 혼선으로 안보 공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오 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용산 일대는 정말로 대통령이 가면 안 될 자리다"라며 "개인 살림집 옮기는 게 아니라 나라의 대통령의 집무실을 옮기는데 무슨 풍수지리설 따라가듯이 용산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군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국방부로 가면 제왕적 권력을 강화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현실적 난관이 드러나고, 당내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윤 당선인 측의 약속 이행 의지는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탈권위' '정치개혁'의 상징으로서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논쟁이 더 커지기 전에 이 문제를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가 모든 다른 이슈를 빨아드리는 '블랙홀'이 된 만큼 조속히 결론을 내 다른 민생이슈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