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여유 병상 광주 1·전남 3개…"거리두기 또 푼 건 무책임"
입력
수정
지면A8
"위중증 환자 더 늘어나면
병상대란 불보듯 뻔한데
자영업자 눈치보다 의료붕괴 우려"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6명에서 8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바뀌는 거리두기 규정이 붙어 있다. /김범준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203/AA.29329009.1.jpg)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폭증 여파로 ‘의료시스템 붕괴’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위중증 환자 급증→코로나19 병상 부족→일반 병상을 코로나19 병상으로 전환→병실 부족으로 일반 중환자 치료 차질’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평상시라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일반 중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18일 발표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추가 완화 조치에 의료계가 쓴소리를 쏟아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 들어 계속된 방역 완화 결정이 의료시스템 붕괴라는 ‘값비싼 대가’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가시화되는 의료대란
![](https://img.hankyung.com/photo/202203/AA.29330084.1.jpg)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 21일부터 중증 병상을 차지하고 있는 환자에 대해 퇴원해도 된다고 판단하면 ‘퇴실 권고’ 없이 즉시 ‘퇴실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중증 병상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중환자가 늘면서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다. 전날 사망자는 301명으로, 직전일(429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이 나왔다. 코로나19 상륙 전인 2019년 하루 평균 사망자(808명)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장례식장과 화장장을 잡는 게 ‘하늘의 별따기’가 된 배경이다.
잇따른 방역 완화…악수 두는 정부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18일 거리두기를 또 풀었다. 최근 한 달 동안 나온 세 번째 완화 조치다. 2월 18일과 3월 4일 두 차례에 걸쳐 밤 9시까지였던 식당·카페 운영시간을 밤 11시로 연장해준 데 이어 이날 사적 모임 인원도 6명에서 8명으로 늘려줬다. 방역패스를 폐지하고, 확진자 동거인에 대한 격리의무를 면제해준 것도 최근 한 달 이내에 내놓은 조치다. 이런 조치를 내놓을 때마다 확진자는 폭증했다. “최소한 정점을 지난 뒤에 풀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번번이 묵살됐다.의료계에선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 반복되는 원인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찾는다. 거리두기 조정권은 질병·감염병 등에 대응해 ‘국민 안전’을 잣대로 판단하는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나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아니라 중대본이 갖고 있다.
중대본은 질병 홍수 등 재난재해가 났을 때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하는 조직으로, 국무총리가 지휘한다. 그러다 보니 방역당국뿐 아니라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중소벤처기업부와 나라 경제를 살피는 기획재정부 등의 의견이 충돌한다. 당정 협의 과정에서 정치권의 목소리도 더해진다. 산하 자문기구인 일상회복지원위원회도 △경제민생 7명 △사회문화 8명 △자치안전 7명 △방역의료 8명 등으로 구성돼 ‘방역 우선’이 통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지난달 위원직을 사퇴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일상회복위 방역의료 분과 관계자는 “언제부턴가 일상회복위는 전문가 의견을 듣고 정책을 정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 정부안에 찬반을 묻는 절차가 됐다”며 “최근 들어 방역 전문가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