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성 논란'에도 삼성전자 노조 만난 경계현 사장

'가입률 4%' 노조 대표들과 회동
"좋은일터 만들 방안 찾자" 경청
한층 험난해진 삼성 임금협상
노조·노사협 '투 트랙'으로 진행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맡은 경계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사장·사진)이 18일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4개 노조 대표들과 얼굴을 마주했다. 업계에서는 최고경영자(CEO)가 처음으로 직접 노조 대표들을 만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가입률 4%에 불과해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신생 노조를 대화 파트너로 여긴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 사장은 이날 오후 1시 삼성전자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등 4개 노조 대표와 만났다. 평소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던 경 사장은 “노조가 생각하는 좋은 일터는 어떤 것인가” 등의 얘기를 꺼내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끈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대화로 풀어가자”며 의견을 경청했다. 노조 대표들은 공정하고 투명한 급여체계 도입과 최소한의 휴식권 보장 등 두 가지를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자유로운 노조 활동을 약속한 데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도 노조 활동 보장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며 “경영진이 노조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전날 삼성전자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재무제표 보고까지 끝났지만, 노조와의 2021년 임금 협상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노조 측은 1000만원 일괄 성과급 지급, 영업이익 20%의 성과급 재원 활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명간 올해 임금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노조 주장이 지나치다는 주주들의 지적이 이어져 요구 사항을 고집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향후 삼성전자의 임금 협상은 노조와 노사협의회 ‘투 트랙’으로 나눠서 진행될 전망이다. 노조는 50% 이상 직원이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독점적인 협상권을 갖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조합원 처우에 대한 협상만 가능하다.

그동안 노조 역할을 맡아 왔던 노사협의회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주목된다. 협의회는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된 조직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삼성전자 직원이 협의회에 소속되며, 사원 대표가 복지·임금 등을 사측과 협의한다. 협의회의 요구도 까다롭다. 협의회 위원들은 지난 2월 사측에 올해 임금 기본인상률 15.72%를 요구했다. 현재 협의회와 노조는 이렇다 할 접점이 없지만, 사안에 따라 연합 전선을 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