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병상 동나는데…사적모임 8인까지 확대

21일부터 거리두기 완화
영업시간은 밤 11시로 유지
코로나19 중환자 병상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오미크론 대유행이 정점 구간에 들어선 데다 방역당국이 주요 방역 조치를 잇달아 해제하면서 환자가 급증한 영향이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도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또다시 풀었다. 의료계에선 “대규모 사망자 및 환자 발생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전국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66.5%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일부 지역은 가동률이 90%에 이르러 포화 상태”라고 했다. 전날 기준 광주광역시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98.1%가 찼다. 남은 병상은 한 개뿐이다. 전남(86.4%), 경남(85.7%)도 남은 병상이 한 자릿수다.병상대란은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보통 확진자가 증가하고 2~3주 뒤부터 위중증 환자가 늘어난다. 이달 초 20만 명대였던 하루 확진자가 최근 40만~60만 명대로 급증한 만큼 이달 말께는 위중증 환자가 폭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사적모임 최대 인원을 6명에서 8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밤 11시까지인 식당·카페 운영시간 제한은 그대로 유지한다. 최근 한 달간 정부가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방역당국은 코로나19의 관리 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의료계에선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중환자 정점은 3월 말~4월 초가 될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거의 모든 정책을 풀 수 있을 텐데 2주 먼저 풀어서 위험 부담을 감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전날 코로나19 사망자는 301명으로 직전일(429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미크론 감염 후 기저질환 악화로 인한 사망도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 집계되는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과소평가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이선아/오상헌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