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미중 정상 통화 앞 中항공모함 대만해협 항해"(종합)

중국 "항공모함 대만해협 통과와 중미 정상교류 연결 짓지 말아야"
미중 정상회담을 몇 시간 앞두고 중국이 군사적으로 민감한 대만해협에 항공모함을 들여보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18일 대만 타이베이발 기사에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항공모함인 산둥함이 이날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께 대만해협 내 진먼다오(金門島) 인근을 지났다고 보도했다.

진먼다오는 중국 푸젠성 샤먼시와 지척에 있지만 1949년 국공 내전이 끝난 뒤에도 계속 대만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섬으로 대만에는 안보의 최전선 지역이다.

로이터는 산둥함이 진먼다오에서 약 30해리(약 56㎞) 거리까지 접근했으며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미사일 구축함인 랠프 존슨함이 산둥함에 따라붙었고, 대만군 역시 산둥함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 해군 함정을 파견했다고 전했다. 중국 해군은 랴오닝함과 산둥함 두 척의 항공모함을 운용하고 있는데 산둥함은 첫 '중국산' 항공모함으로 분류된다.

랴오닝함은 옛 소련이 건조하다 방치한 항모를 가져다 개조해 만들었기에 주로 실전용보다는 훈련용에 가깝다.

재래식 디젤 엔진으로 가동되는 산둥함은 만재 배수량이 7만t으로 J-15 함재기를 40여대 탑재할 수 있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먼 바다로 나가 '외부 세력'의 대만 군사 지원을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할 전략 무기로 평가된다. 아직 중국, 미국, 대만 정부나 군 당국은 산둥함의 대만해협 항해 여부에 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대만에 군사적으로 큰 위협이 되는 존재인 산둥함이 대만해협을 항해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만과 미국을 향한 고강도 무력 시위의 성격을 띤다.

산둥함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에도 대만해협을 통과한 적이 있다. 당시 중국이 미국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 월례화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산둥함을 동원한 무력 시위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산둥함의 대만해협 항해 보도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한국시간) 저녁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나왔다.

산둥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이 사실이라면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과 관련해 조금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표명하기 위한 무력 시위에 나선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로이터는 "소식통은 산둥함 움직임의 시점을 두고 '도발'에 매우 가까운 것으로 묘사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무력 시위라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산둥함의 대만해협 통과 시점이 미묘하다는 지적에 대해 "산둥함은 연례적인 훈련이 계획돼 있다"면서 "이를 중미 정상 간 교류와 연결 지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한 장제스(蔣介石·1887∼1975)가 이끄는 국민당이 대만으로 패퇴한 이후 중국은 대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만을 무력을 동원하더라도 반드시 수복해야 할 자국의 한 개 성(省)으로 여긴다.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한 미국은 이후 수십년 동안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신중하게 지켜왔다. 하지만 미국은 미중 신냉전 본격화 후 인도·태평양 전략의 전초 기지로서의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외교·군사·경제·기술 등 전 영역에 걸쳐 대만과 협력을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최고 수위로 끌어올리면서 대만 문제는 미중 간 가장 첨예한 갈등 지점 중 하나로 부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