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혹은 알아차림의 행복

한경 CMO Insight

광고에서 채굴한 행복 메시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김병희 서원대 교수
상가에 다녀올 때마다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언젠가는 모두들 빈손으로 세상을 떠날 텐데, 날이면 날마다 애면글면 아등바등 살아갈 필요가 있겠나 싶다.

세상 소풍을 끝내면 지상의 모든 것들이 헛되고 헛되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다음날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쁜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또 다시 애면글면 아등바등 살고 있는 나를 ‘내 안의 나’가 지켜보며 꾸짖는 것 같다. 늘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는 스트레스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더 행복해지려고 그렇게 살아간다고들 말하지만, 행복을 찾아가는 길인지 불행으로 가는 낭떠러지인지 정녕 알지 못하니 인간이란 한없이 작은 존재다.

영국정신건강재단의 광고 ‘여성의 스트레스 관리’ 편(2010)을 보면 시각 이미지가 충격적이다. 일터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의 머리에 아기 인형이 각양각색으로 매달려있다.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아이에게 챙겨줘야 할 이것저것이 떠올라 일손을 놓게 되는 맞벌이 엄마의 고충을 생생하게 묘사했다.지면의 왼쪽 상단에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란 핵심 카피를 크게 부각시켰다. 영국의 광고회사 케셀스크라머(KesselsKramer)에서 만든 이 광고에서는 맞벌이 여성의 고충을 부각시키며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스트레스를 관리하라고 권유했다.

영국의 비영리 단체인 정신건강재단(Mental Health Foundation)은 1940년에 설립된 이후 사람들이 정신 건강을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재단에서는 성격 장애나 학습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광고 카피는 이렇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요? (What’s playing on your mind?) 마음챙김으로 온라인에서 스트레스를 관리하세요(Manage your stress online with mindfulness).”

머릿속에 있는 복잡한 생각들을 내려놓고 마음챙김 온라인 상담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보라는 메시지다.
영국정신건강재단 광고 ‘여성의 스트레스 관리’ 편 (2010)
영국정신건강재단의 광고 ‘남성의 스트레스 관리’ 편(2010)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충격적인 시각 이미지다.

광고 모델을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꿨을 뿐 광고의 레이아웃이나 카피 내용은 ‘여성’ 편과 똑 같다. 남자의 머릿속은 더 복잡하다.

“긴급”, “마지막 경고”, “다시 알림”, “결제일” 같은 문구를 빨갛게 인쇄한 각종 우편물이 머리 위를 뒤덮고 있다.

독촉장 하나만 받아도 기분이 좋지 않은데, 수많은 독촉장을 받은 남자가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견딜까 싶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일 텐데 그보다 더한 독촉의 터널로 빨려 들어갈 것 같다.

이 광고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마음챙김을 훈련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결하라고 권고했다.

임상심리학과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1979년 이후 ‘마음챙김’을 응용한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학교, 병원, 교도소 등에 ‘마음챙김 기반의 스트레스 해소(MBSR)’ 프로그램을 적용한 것이다.

마음가짐에 따라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지어 약물 중독 문제도 치료할 수 있다는 프로그램인데, 상실감에 빠진 사람들을 행복으로 인도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정신건강재단 광고 ‘남성의 스트레스 관리’ 편(2010)
영어의 뜻을 뜯어보면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는 문자 그대로 마음이 꽉 차 있음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여러 학자들은 이 말을 ‘마음챙김’으로 번역해왔다.

이 용어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는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 의과대학의 존 카밧진(Jon Kabat-Zinn) 교수가 1979년에 ‘마음챙김 기반의 스트레스 해소(MBSR: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을 개발해 임상에 적용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다.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존 카밧진은 1974년에 우리나라 숭산 스님(1927-2004)의 제자가 되어 한국 참선을 배웠다.

그는 숭산 스님이 미국에 설립한 케임브리지선원의 수석 법사로서 참선도 지도했고, 영국의 <왓킨스 리뷰>가 2011년에 선정한 세계의 영적 스승 10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어쨌든 1979년 이후 세계적으로 가장 저명한 심신의학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은 MBSR은 2022년 현재 세계 1,000곳이 넘는 의료기관에서 우울증을 비롯한 만성 질병의 치료에 두루 활용되고 있다.

서구에서 마음챙김의 대중화에 기여한 사람들은 틱낫한(Thích Nhất Hạnh),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 존 카밧진(Jon Kabat-Zinn), 그리고 리처드 데이비슨(Richard J. Davidson) 등이다.

서울대의 장현갑 교수는 일상 속에서도 다양하고 재미있게 마음챙김을 할 수 있다며 마음챙김 명상 수련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삶의 속도를 늦추고 지금의 순간을 살펴보고, 스스로의 신체를 알아차리고 마음을 챙겨 걸어보며, 마음챙김 호흡을 해서 내면의 감각을 느껴보고, 깨어있기 명상으로 삶의 모든 것을 포용해보고, 마음의 문을 여는 자비 명상을 시도해보라고 주장했다(장현갑. 『마음챙김』. 미다스북스. 2007).

마음챙김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존 카밧진은 이렇게 정의했다.

“마음챙김 명상법은 순간순간에 마음을 챙겨가는 수련법이다. 평소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에 대해 의도적으로 마음을 챙김으로써 쉽게 실행할 수 있다. 마음챙김 명상법은 온몸을 이완하고, 주의를 집중하고, 마음을 각성하고, 통찰력을 갖는 내면의 능력에 바탕을 둔 새로운 종류의 삶의 통제 방법이자 새로운 지혜를 개발하는 체계적인 방법이다.”

요가의 명상 수행이나 불교의 참선에서 파생된 마음챙김은 미국에서 대중화된 것이다. 원래는 ‘순간순간의 알아차림(moment-by-moment awareness)’이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서광스님은 이런 맥락을 고려해 마음챙김이라 번역하지 않고 ‘알아차림’으로 번역했다(서광스님. 『세상에 끌려 다니지 않는 단단한 마음공부』. 학지사. 2019: 94쪽).

아마도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그렇게 번역했는데, 불교 신자들이 알아차림이란 용어를 주로 쓰고 있는 상황에서 본뜻에 가장 충실한 번역이라 생각한다.

알아차림 기반의 스트레스 해소(MBSR) 프로그램은 이제 대표적인 명상 수행법으로 자리 잡았다. 알아차림을 통해 스스로가 만든 굴레에서 벗어나는 순간, 행복한 마음이 밀물처럼 몰려올 것이다.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일수록 행복에서 멀어진다. 마음챙김이든 알아차림이든, 일상의 과부하를 내려놓고 순간순간의 자기를 느낀다면 행복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영국정신건강재단의 광고에서는 사람들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요?”라고 물었는데, 쓸데없는 생각을 할 바에는 차라리 ‘멍 때리기(spacing out)’가 낫지 않을까?

숲을 보며 숲멍, 불을 보며 불멍, 물을 보며 물멍, 거울을 보며 거울멍 하는 멍 때리기가 차라리 나을 수 있다. 과도한 집착이나 잡념에서 벗어나 ‘나’ 안에 이미 존재하는 참 행복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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