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입력
수정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프롤로그>
모든 조직의 최고 책임자는 취임 첫날 전임자 보다 더 탁월한 성과를 거양하여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로 기억되길 원한다. 하지만 권력을 쥐자마자 달콤한 말만 하는 측근들의 인의 장막에 갇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오명을 안고 쓸쓸히 퇴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 스릴러 영화<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 1976>에서는 모두 측근의 사람들로만 둘러싸여 부도적인 정치 활동을 하다가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미국의 한 대통령의 사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리더는 끊임없이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을 경계하고 달콤한 유혹의 말을 일삼는 편한 측근보다 국익과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곁에 둔다면 반드시 역사에 존경받는 인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영화 줄거리 요약>
1972년 6월, 야간 순찰 중이던 경찰은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소재한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서 첨단 장비를 든 도둑들이 조를 나눠 임무를 분장하고 조심스럽게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현장을 덮치게 된다. 취재를 맡은 <워싱턴 포스트>신문의 밥 우드워드(로버트 레드포드 분)는 이들의 심리가 열리는 재판정에서 과도한 변호사 선임과 증거 수첩에서 대통령 보좌관 이름까지 나타나는 등 수상한 징후를 발견하고 조사 중, 이 사내들이 CIA(미 중앙정보국), 다 나아가 현직 대통령이자 차기 공화당 대권주자인 리처드 닉슨의 측근과 연계되어 있다는 의혹을 품게 된다. 편집국장 벤 브래들리(제이슨 로바즈 분)는 젊은 기자 칼 번스타인(더스틴 호프만 분)을 보강하며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게 된다.<관전 포인트>
A. 사건의 해결에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한 사람은?
사건이 증거가 없어 미궁에 빠졌을 때 기자 밥에게 '딥 스로트'라고 불리는 정체불명의 취재원이 제보를 하게 되고 "돈을 따르라"라는 수수께끼 같은 조언을 통해 다섯 명의 사내를 움직인 자금이 닉슨 대통령의 재선위원회에서 유입되었다는 정보를 포착하고 선거 운동을 담당했던 직원들에 대한 탐문 취재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의 배후에는 백악관의 실세가 존재하고 빌딩 침입 훨씬 이전부터 이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군에 대해 조직적인 방해 공작을 시도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B. '딥 스로트'라는 취재원의 정체는?
기자인 밥에게 전달된 쪽지에는 "편지나 전화로 연락하지 말고 만나고 싶으면 발코니에 빨간 깃발을 걸고 새벽 2시에 빌딩센터 주차장으로 나오라"라고 한다. 밥은 주차장 한편에서 몸을 숨기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딥 스로트'를 만나는데 그는 "백악관에는 신들이 사는 게 아니야, 돈을 따라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밥은 돈을 받은 사람과 준 사람을 따라가려고 했지만 추적에 실패한 사실을 깨닫고 거짓말하는 사람과 달리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돈의 흐름을 추적하게 된다.
[딥 스로트(Deep throat): 1972년 당시 인기를 끌었던 포르노 영화 제목을 빌린 정보원의 실제 신원은 30여 년간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가 2005년 와서야 워터게이트 스캔들 당시 FBI(연방수사국) 부국장을 역임했던 '마크 펠트'였음이 당사자에 의해 밝혀졌다.]
C. 편집국장이 밥에게 용기를 준 말은?
일련의 폭로로 인해 <워싱턴 포스트>는 정치적 압박에 시달리고 인터뷰에 응했던 취재원 한명이 자신의 진술을 번복하면서 두 기자는 수세에 몰린다. 벤 브래들리 편집국장은 가까스로 증거를 확보한 두 기자에게 단호한 어조로 격려의 말을 건넨다. "집으로 가게,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15분쯤 쉬게, 그리고 다시 돌아와 잽싸게 일을 시작하라고! 알다시피 우린 너무 많은 압박을 받고 있고 자네들이 그렇게 만들었지. 이 일의 성패에 달린 건 다른게 아니야, 수정헌법 제1조 바로 언론의 자유지, 그리고 아마도 이 나라의 미래가 달렸다고 할 수 있겠지. 그것들이 꼭 그렇게 중요하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자네들이 또다시 일을 망친다면 난 화가 많이 날 걸세, 잘 가게."
D. 닉슨 대통령의 운명은?
기자들의 집요한 워터게이트 사건 취재 노력에도 결국 닉슨은 1972년 재선에 성공하여 37대 대통령이 된다. 하지만 미 상원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진상조사 위원회를 발족하고 "닉슨 대통령이 자신이 직접 사건에 개입했음을 폭로하는 녹음테이프의 존재(워터게이트 침입은 국가 안보 문제이니 FBI는 이 문제가 끼어들지 못하게 하라!)를 알게 되면서 "미 하월 사업위원회에서 탄핵 결의가 가결되자 1974년 8월에 사임하고 대통령직을 부통령 제럴드 포드에게 승계하였고 포드는 닉슨 대통령에서 완전한 사면을 내렸다. 하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은 사전적으로 문(gate)이라는 뜻에서 권력형 비리 의혹, 부패 스캔들 등의 의미로 쓰이게 된 계기가 된다.
E. 언론의 중요한 역할을 시사하는 내용은?
영화 속 언론사 사무실을 중심으로 한 저널리즘의 세계 역시 워싱턴 정가의 알력싸움 못지않은 크고 작은 밀실 정치행위로 가득 차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진실을 향해 사건의 본질을 규명하기 위해서 집집마다 방문하며 열심히 발로 뛰고 도서관에 앉아 수만 개의 자료를 손으로 넘겨가며 분석하고 수백 통의 전화를 붙잡고 정의감으로 사투하는 이들의 아날로그적 직업정신은, 오늘날 원칙을 잃어가는 변질된 보도 행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에필로그>
지난 몇 년 사이 많은 전직 대통령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들도 대통령에 취임 당시 누구보다 나라와 국민에게 큰 업적을 남기고 싶어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자신들의 측근 인사에 둘러싸여 역사에 지울 수 없는 많은 폐해를 남기기도 하였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정권은 머슴처럼 국민을 섬기며 나라를 선도국으로 번영시키는데 매진해 나가길 기대한다. 국민은 모두 대통령의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달콤한 말로 눈과 귀를 가리는 측근을 경계하고 전문가의 식견을 가진 올바른 인재를 널리 등용하여 혹한의 시대를 번영의 미래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