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급한 민주…'1주택 종부세 폐지론'도

비대위 '보유세 완화' 시동

취득가 기준으로 과세 주장까지
윤호중 "공식 입장은 아니다"

당내 '부자 감세' 시각 적잖아
당론 결정 과정 내홍 불거질 듯
< 질문에 답변하는 윤호중 위원장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윤 위원장, 김병주 의원. 김병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보유세 완화에 시동을 걸었다. 지도부 일각에선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종합부동산세를 아예 면제해주자는 주장까지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과세 강화 정책이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이라고 판단한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궤도 수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도 보유세 완화를 공약한 만큼 관련 입법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종부세 완화에 대한 민주당 내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아 내홍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선점’ 나선 민주당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1주택자의 종부세 면제 방안을 포함해 여러 세제 개편 주장이 나왔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부동산 문제에 대한 당의 기본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당정협의에서 검토됐던 1주택 고령자에 대해 종부세 납부를 유예해주자는 대책에서 훨씬 더 나아간 내용이다.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세제 부담 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다주택자 중과세 한시적 유예, 주택 취득세 인하,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 경감 등을 힘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종부세 면제에 대해선 “일부의 그런 의견이 있다고 해서 우리 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비대위 일각에선 최근 몇 년간 주택 가격이 급등한 점을 고려해 부동산을 샀을 때 가격인 취득가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산정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김 의장은 “비대위에서 그런 주장(취득가 기준 과세)을 하신 분도 있다”며 “관련 상임위원회 의견을 수렴해 대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인 조응천 의원도 올해 보유세를 부동산 가격 급등 전인 2020년 공시가격 기준으로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내용 역시 대선 전 당정협의 내용(2021년 공시가격 기준 과세)보다 더 세 완화 폭이 크다.

“종부세 개편 열어두고 검토”

민주당 지도부 내부에서 1주택자 종부세 면제 주장까지 나온 것은 과감한 부동산 세제 개혁 없이는 지방선거에서 민심을 얻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당정협의 내용인 2021년 공시가격 적용과 고령자 납부 유예 등은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부동산은 당의 개혁 의지를 유권자들에게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분야”라며 “우리 당이 먼저 이슈를 선점해 끌고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윤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하는 등 부동산 세제 전면 개편을 공약했다. 민주당은 보유세 완화 방향 자체엔 공감하면서도 종부세 세율 인하 등에 대해선 소극적이었지만, 대선에서 진 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종부세 개편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열어두고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당내 갈등 불거질 수도

민주당이 부동산 세제 개편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윤 당선인이 공약한 세제 완화 관련 입법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종부세 차등과세 폐지, 다주택자 중과세율 완화 등은 새 정부가 시행령을 고치면 되지만,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과 1주택자 취득세율 개편, 생애최초 구매자 취득세 면제 등 핵심적인 개혁은 국회 심의를 거쳐 법을 바꿔야 가능하다. 다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반대하면 새 정부의 부동산 개혁은 추진 동력을 얻기 어렵다.

종부세 완화 등을 ‘부자 감세’라고 보고 반대하는 당내 여론도 적지 않아 내홍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직후에도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종부세 완화안을 논의했지만 이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이 표출됐다. 종부세 완화에 반대하는 강경파와 선거를 위해서라도 세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실용파의 주장이 부딪친 것이다. 논쟁 끝에 종부세 부과 기준을 금액이 아니라 ‘상위 2%’로 정하는 당론을 도출했지만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폐기됐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