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인재 중심주의'로 글로벌 기업 돼…경제정책, 전문가에게 전권 줘야"

삼성 '지역전문가 제도' 등 모범사례
1~2년간 해외 언어·문화 익히는 연수
현대는 연공서열 상관없이 존중문화

"눈치 안 보는 공무원 업무환경 중요
자꾸 간섭하면 오히려 실수 많이해"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한국공학한림원이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연 행사에서 학생들과 함께 과학 키트를 만들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 제공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인터뷰 내내 새 정부가 인재 기용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무원 가운데 우수한 인력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적극 활용해 제대로 된 경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철저한 인재 중심주의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성공한 ‘삼성맨’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윤 전 부회장도 한때 현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는 1986년 VTR(비디오테이프 레코더) 사업부의 실적 부진 탓에 삼성전자를 그만둔 뒤 현대전자에서 8개월가량 일했다. 이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88년 그를 삼성전자 부사장으로 다시 기용했다.

윤 전 부회장은 “두 회사 모두 특징이 있지만 인재 육성에 대한 문화를 처음부터 잘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이어 “현대는 좋은 사람이 들어오면 나이와 연공서열에 상관없이 존중해 주는 문화가 있었다”고 떠올렸다.그는 삼성에선 ‘지역전문가 제도’를 인재 육성의 가장 좋은 사례로 꼽았다. 이 제도는 삼성전자가 1990년부터 도입한 해외연수 프로그램이다. 입사 3년 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1~2년 동안 현지 언어와 문화를 익히도록 지원하는 자율관리형 연수 제도다. 지금까지 세계 80여 개국에서 3500여 명의 지역전문가를 키워냈다. 삼성의 글로벌 시장 개척과 인재 양성에 대한 의지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윤 전 부회장은 “이 회장 또한 어린 시절을 일본에서 지내면서 글로벌한 시각을 키웠기 때문에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궈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눈치 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일도 인재를 키우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다면 공무원들이 소신 있게 일하기보다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윤 전 부회장은 “인재라고 판단한다면 전권을 줘야 한다”며 “자꾸 간섭하면 ‘위에서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오히려 실수를 더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