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용산 이전] 포스트 대선정국 '블랙홀' 되나

민주, '법 위반·직권남용' 국방·운영·기재위 소집…3월 국회 험로
국힘 "제왕적 권력 해체" 용산시대 드라이브…"소통과 공감의 시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20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공식화에 '포스트 대선'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당선 열흘 만의 대통령실 이전 발표에 더불어민주당이 "즉각 철회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당장 3월 임시국회가 여야의 전장(戰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여야가 팽팽히 대치해 온 '대장통 특검'과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처리도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계획이 발표되자 그야말로 십자포화를 가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전 계획 발표 1시간 만인 이날 정오께 공식 논평을 내고 "용산 국방부 청사가 과연 국민 소통에 적합한 장소인지 대단히 의문스럽다"며 "절차도 일방통행이다.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겠다는데 이것이야말로 제왕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 졸속 이전이 낳을 혼선과 부작용에 대해 윤 당선인은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뜻을 무시한 횡포"라며 이전 계획을 즉시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구청 하나를 이전해도 주민의 뜻을 묻는 공청회를 여는 법"이라며 "국가안보와 시민의 재산권을 좌우할 청와대와 국방부 이전을 국민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강행하는 것이 과연 합당하냐"고 쏘아붙였다.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소상공인 50조 약속은 어디 가고 자기 살 집 보러 다니는 대통령 당선인을 보면서 소상공인들도 황망해 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어디 윤석열 당선자가 5년만 쓰고 버릴 집이냐"고 반문했다. 우 의원은 "취임도 안 한 당선인 신분으로 대한민국 국방부부터 선제타격 할 줄은 어떤 국민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5년 청사진을 그려야 할 시간을 오만과 불통으로 낭비하는 일을 민주당은 그냥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홍근 의원은 "헛생각을 끝내 꺾지도 않고 헛돈을 마구 쓰시겠단다"라며 "소통과 경청 없이 밀어붙이는 모든 책임은 오롯이 윤 당선자와 국민의힘 정권의 몫"이라고 직격했다.

장경태 의원은 "집무실 위치에 따라 제왕적 대통령이 되냐 안 되냐가 결정되는 건 대체 무슨 국정철학인가"라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완화할 분권법안부터 하나라도 제안해보시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이전 강행이 대통령직 인수법 등 관련 법률에 저촉될 소지가 있는 점을 부각하며 절차적 정당성 등을 따져 묻겠다는 생각이다.

당내에서는 "윤석열 인수위는 국가재정법 위반 및 직권남용 문제가 대두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김영배 의원)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국회에서 대통령실 이전에 당장 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인 만큼 일단 관련 상임위 곳곳에서 여론전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번 주에 소관 상임위인 국방위와 운영위, 기획재정위를 소집해 대통령실 이전의 문제점을 부각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통령실 용산 이전 비용이 윤 당선인 측의 계산(약 500억원)과는 달리 1조원 넘게 소요될 것으로 자체 추산하는 만큼 '비용 논란'도 적극 부각하겠다는 방침이다.

윤 비대위원장은 "기획재정위원회를 따로 열어 (이전 비용으로 쓰일) 예비비 승인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윤 당선자가 얘기하는 이전 비용은 사무실 책상과 컴퓨터 정도를 옮기는 데 드는 비용"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은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해체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을 실천한 것이라며 민주당의 반발은 새 정부의 발목을 잡기 위한 정치공세라고 반격했다.

아울러 집무실 이전을 위한 제반 절차와 관련해 이미 청와대 및 정부와 물밑 협의에 들어간 점을 강조하며 '용산 시대' 드라이브를 가속했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를 맡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중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에 예비비 예산을 공식 요청할 예정"이라며 "다음 주 국무회의 때 예비비 승인이 의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청와대와도 집무실 이전 문제를 본격적으로 협의할 예정인데 이미 실무선에는 교감이 많이 이뤄졌다"면서 "이달 말까지는 합참 청사 이전과 관련해 국방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겠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의 당내 측근 인사들은 SNS를 활용한 공중전에 대대적으로 나서며 민주당의 총공세에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청와대 해체 공약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이미 몇 달 전부터 과거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참모들의 제안과 제왕적 대통령 시대를 종식하겠다는 윤석열 후보의 결단이 합쳐져서 나온 핵심 공약"이라며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비서실장을 하며 이러한 문제를 잘 알았기 때문에 본인의 대선 공약으로 채택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기 첫날부터 청와대를 떠나 새로운 집무실에서 시작하겠다는 것은, 스스로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포기하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굳은 의지의 표현"이라며 "실천으로 보여주겠다는 당선인의 진정성을 국민 여러분이 높게 평가해주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역대 대통령들이 '청와대 탈출'을 공약했던 만큼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이 없었으면 한다"며 "박근혜-이명박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도 국방부 청사로의 이전을 권고했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의 특별고문인 김영환 전 의원은 "광화문시대를 넘어 용산시대가 열리면서 제왕적 대통령의 무거운 갑옷을 벗고 소통과 공감의 민주주의 시대로 나아가게 됐다"며 "조선총독부 이후 100년 이래 최대의 상징적 사건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집무실 1층에 기자실이라니 누가 그런 담대한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도 했다. 박민영 전 선대본부 청년보좌역은 "민주당이 두려워하는 건 청와대 해체 그 자체가 아니다"라며 "청와대 해체를 시작으로 국민의힘이 새로이 거듭나고 민주당은 구시대의 잔재로 대비되면서 여태껏 표방했던 진보의 가치마저 퇴색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