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용산 이전] "구중궁궐 벗어났다" "졸속 안 돼"…기대·우려 교차

시민사회·전문가 "국민 품으로 돌아가는 靑, 실제 정책이 중요" 제언

사건팀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집무실 이전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용산 시대' 개막을 바라보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치 문화의 탈권위적 변화를 바라는 기대감과 소모적 갈등을 우려하는 시선이 공존했다. 각계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결정이 새 정부 리더십의 내실을 다지는 성과로 연결될 수 있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정책 과제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제왕적 대통령 벗어나려는 시도" 평가…"보여주기식" 우려 교차
먼저 시민들 사이에서는 '청와대 시대' 종식이 상징하는 당선인의 행보가 새로운 정치를 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50대 주부 라모씨는 "당선인이 제왕적 대통령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른 행보를 보이고 싶어하는 게 뚜렷하게 보인다"며 "이런 새로운 시도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자영업자 유재상(69)씨는 "청와대 건축물 자체가 구중궁궐이라 대통령이 시민들의 소리를 직접 듣기 어려운 구조"라며 "당선인 기자회견을 보니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해도 불편한 것도 없을 것 같고, 오히려 시민과 가까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이 안보나 업무 측면에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대학원생 박희재(27)씨는 "용산에는 국방부나 안보지휘시설이 있기 때문에 군사 안보 관련 의사결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안보 핵심 요지에 자리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국가 안보 역량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행정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청와대가 그 역할과 상징성을 갑자기 잃게 된 데 대해 충분한 고민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취업준비생 안모(29)씨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인 청와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와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청와대에 먼저 들어가 숙고를 거친 후 결정해도 될 것 같은데, 그냥 밀고 나가는 모습에는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주부 최지희(44)씨는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데, 청와대를 공원처럼 구경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전 추진 과정도 국민에게 그 필요성 등을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대학생 서태란(22)씨는 "삼청동이나 효자동, 경복궁 인근의 전통적이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청와대라는 정치적 상징과 잘 어울린다고 느꼈고, '청와대' 명칭이 주는 역사적 인상이 있는데 그게 사라진다는 게 아쉽고 좀 쓸쓸하다"고 했다.
◇ 시민사회도 평가 엇갈려…이후 대책 당부
시민단체들은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논의와 추진 과정을 두고 다양한 평가를 했다.

유은실 바른사회시민회의 실장은 "청와대 이전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이나 현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반에도 나온 말인데 실행을 못 했던 것"이라며 "윤 당선인이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실천적인 모습"이라고 반겼다.

유 실장은 집무실 이전 예산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미래 대한민국과 국민과의 소통을 고려해 좋은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정책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하는 과정도 문제가 있다"며 충분한 소통이 없었던 데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지적을 내놨다.

녹색연합은 성명을 통해 "이전 계획은 용산기지 반환 절차와 환경 오염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집무실 이전의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국민 통합의 성과로 실질적 이어가기 위해 새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역사적 의미가 깊은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시기적으로 성급했다"며 "국민 품으로 돌아가는 청와대는 실제로 정책 내용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국민 소통과 안전이라는 차원에서 집무실 주변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을 고심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서우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용산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열린 공간으로 운영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범죄 등 여러 도시문제가 분출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이 생길 수 있어, 안전하면서도 열린 공간이라는 성격을 유지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