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이상 확진, 한달새 6배 급증

요양병원·시설서 집단감염
중환자 병상 이송 늦어져
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의 여파로 ‘코로나19 취약층’으로 꼽히는 80세 이상 초고령 확진자가 한 달 새 6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들 연령층은 코로나19 치명률이 높기 때문에 위중증 환자·사망자 증가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3월 14~20일) 발생한 80세 이상 코로나19 확진자는 7만5995명이었다. 한 달 전(2월 14~20일·1만2199명)보다 6.2배로 늘어났다. 이들 연령층에 코로나19는 치명적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80세 이상 확진자의 누적 치명률은 2.96%다. 70대(0.79%), 60대(0.18%), 50대(0.05%) 등에 비해 높다.그런 만큼 최근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 중에서 이들 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20일 집계된 사망자 329명의 66.3%(218명)는 80세 이상이다. 60~70대까지 포함하면 이 비중은 93.6%(308명)로 늘어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고령층 확진자 규모가 급증하고 있어 3월 말~4월 초 의료대응 체계에 큰 부담을 초래할 위험이 높다”고 했다.

고령층이 많이 있는 요양병원·시설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1~17일 발생한 사망자 1835명의 35.3%(647명)는 요양병원·시설에서 나왔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격리되는 의료진과 요양보호사가 늘어나면서 ‘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요양병원·시설에선 코로나19에 걸린 뒤 증상이 심해져도 중환자 병상으로 옮기기까지 3~4일씩 대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데다 요양병원은 거동이 불편한 와상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도 18일 낸 입장문에서 “1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한 요양병원이 서울에만 200개에 육박한다”며 “코로나19 환자의 적절한 치료를 위한 의료기관 이송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 사망자가 무더기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정부는 요양병원·시설 내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증상 요양보호사의 격리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상급종합병원들도 코로나19에 감염된 의료진의 격리기간을 기존 7일에서 5일로 단축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