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비중 대만의 199배·일본의 4배…'정치방역'의 말로 [여기는 논설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지겹도록 자랑해 온 K방역의 말로가 기가 막힌다. 한국이 인구대비 코로나 확진자 비중에서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기록중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1백만명당 확진자는 18만2563명(20일 0시 기준)이다. 아시아의 방역후진국으로 회자되온 일본(4만8182명)의 4배,인도(3만650명)의 6배다. 대만(917명) 중국(90명)과 비교하면 각각 199배와 2028배다. '이게 실화인가' 싶을 정도의 참혹한 성적표다.

하루 확진자 수에서 연일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어 지표 추락은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지난 20일 신규 확진자는 33만 4708명으로 아시아 전체 확진자(41만1745명)의 80.2%를 휩쓸었다. 쉬 깨지기 힘든 대기록(?)이다. 한국 확진자의 아시아 비중은 19일과 18일에도 각각 54.0%, 53.1%에 달했다. 정부는 '낮은 사망률'을 제시하며 여전히 "잘 관리되고 있다"지만, 현실호도에 불과하다. 확진자가 워낙 쏟아지다보니 20일 하루 사망자만 327명으로 아시아 전체 사망자(711명)의 46.0%에 달한다. 중국 인도 일본 등 인구대국보다 한국 사망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인구 1백만명당 누적사망자는 242명으로 일본(215명) 대만(36명) 중국(3명) 등 아시아 주요국중 1위다.

'과학 방역'을 팽개치고 '정치 방역'으로 치달은 자업자득이다. 확진자 폭증 국면에서 방역 완화의 가속 페달을 밟는 정부 대응은 방역포기 선언처럼 비친다. 유행의 정점이 확인된 뒤에 하는 것이 상식적 판단인데, 왜 이리 서두르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중증화율과 사망률이 낮기 때문에 일상회복조치가 가능하다는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하루에 200~400명씩 죽어나가는 상황을 감안하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입원율 및 사망률을 89% 가까이 감소시켜준다는 치료제 파스로비드도 도대체 찾아보기 힘들다.

방역당국의 오락가락은 열손가락에 다 꼽기 힘들 정도다. 어느 순간부터 '위드코로나 정책 실패'를 미접종자 탓으로 돌리는가 싶더니 위헌적인 초강력 ‘방역 패스’를 도입했다. 그러다 불과 2달 여만에 방역패스는 물론이고 다른 제한 조치까지 대거 풀었다. '집단 면역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주요국중 가장 높은 2차·3차 접종률을 만들어내더니, 이제 집단감염을 통한 집단면역으로 방향전환하는 데 베팅한 듯하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정부의 메시지는 중구난방 혼란스럽다. 방역당국 브리핑하는 관료의 마음을 읽는 '관심법'이라도 공부해야 할 지경이다. 이런 와중에 '방역 총괄'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터키와 카타르 순방길에 올라 오늘(21일) 귀국한다. '코로나 대처가 시급'하다며 대통령이 연초 기자회견까지 취소한 마당에 유행의 한 가운데서 방역사령탑이 자리를 비운 것은 쉬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5년의 국정 운영 결과를 담은 백서인 ‘문재인 정부 국민보고’를 발간하고, 어제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코로나 대응에 대해선 ‘세계가 감탄한 K 방역’이라는 소제목을 달았다. 자화자찬도 정도껏 해야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가장 엄격한 방역 정책을 펼쳤던 한국이 확진자가 급증한 현재 집단적 무관심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얼마 전 보도했다. 조롱의 뉘앙스가 가득하다.

온통 뒤죽박죽 정책에 국민은 두려움과 고통에 빠졌는 데 잘못을 돌아보고 다독이는 공직자는 안보인다. 형식적인 사과나 최소한의 책임감조차 실종이다. 오로지 'K방역을 세계가 주목한다'는 식의 주술만 외고 있다.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데도 미사여구로 포장하며 버티다가 임기종료와 함께 '나몰라라' 먹튀할 건가.

백광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