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美 IPO시장…투자은행, ECM 부문 수입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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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의 신규 상장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었다.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인상에 나선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주식시장에서 투자금이 빠져나가면서다. 미국 주식시장 대어로 꼽혔던 리비안이 주춤하고 있는 것도 상장시장을 냉각시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딜로직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미 투자은행의 주식발행시장(ECM) 수입이 지난해보다 75% 급감한 27억달러에 그쳤다고 20일 보도했다. 모건스탠리,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씨티 등 대형 투자은행은 올해 ECM 부분 수입이 6억4500만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53억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크게 줄었다.올해 2월 17일부터 지난 14일까지 미국에서 전통적 상장 형태의 기업공개(IPO)에 나선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지난 15일 한 기업이 1600만달러 규모 IPO에 나서면서 기록이 깨졌지만 휴가철을 제외하면 2017년 이후 가장 긴 IPO 공백이라고 FT는 전했다.
신규 상장뿐 아니라 기업들의 주식 매각이나 전환사채(CB) 발행도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올해 1분기 투자은행 실적도 악화할 것이란 평가다.
미 투자은행들은 지난해 이후 상장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고 예고해왔다. 지난해 1분기 스팩(SPAC·인수목적회사) 상장 붐이 일면서 상장 기업이 반짝 증가했지만 이후엔 상장 움직임이 크게 둔화했기 때문이다. 다만 미 대형커뮤니티 레딧, 장보기 앱 인스타카트, 핀테크 스트라이프 등이 올해 상장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얼어붙은 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Fed가 금리인상에 나서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 지난해 상장한 리비안이 최악의 실적으로 곤두박질한 것도 상장 시장엔 악재가 됐다. 오펜하이머 애널리스트인 크리스 코토스키는 "올해 ECM 부분 수입이 30~50% 하락할 것이란 전망은 많았지만 75%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 투자은행들의 ECM 부문 실적이 하락하면서 중국 은행들이 상위권에 대거 진출했다고 FT는 전했다. 올해 ECM 실적 상위 10개 은행 중 중국은행은 6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곳이었던 것이 비해 크게 늘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