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QR' 효과 톡톡히 본 빅테크 인증 서비스[한경 엣지]

전자서명법 이후 민간 인증 시장 개막
'통합 지갑' 서비스로 고도화 경쟁
'백신 QR' 효과로 네이버 인증 9배 증가
사진:연합뉴스
지금은 방역패스 제도가 해제돼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하지 않아도 식당이나 카페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달까지만 해도 네이버나 카카오 앱을 열어 QR 방식으로 백신 인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같은 ‘코로나 효과’에 힘입어 핀테크사들의 개별 인증 서비스 이용 건수가 최근 1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엔 인터넷뱅킹이나 전자입찰 등 온라인상에서 신원 확인과 전자서명이 필요할 때 공인인증서를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액티브엑스나 키보드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고 10자리의 복잡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등의 불편함 때문에 소비자 불만이 많았다. 2020년 12월 ‘공인인증서 폐지법’이라 불리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민간 인증 시장이 열렸다. 주민등록번호 대신 계좌번호나 휴대폰 번호로도 신원 확인이 가능해졌고, 생체정보 내지 간편 비밀번호(PIN)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금융결제원에 따르면 공인인증서 이후 국내 인증시장은 금융사가 기존부터 공동으로 제공하고 있던 서비스와 핀테크, 통신사, 개별 금융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양분됐다. 전자에는 공인인증서의 후신 격인 공동인증서와 금융인증서, OTP, 바이오정보 분산관리 서비스 등이 있다. 통신 3사의 패스(PASS)나 카카오·네이버·토스·NHN페이코 등의 사설 서비스, KB국민은행의 KB모바일인증 등은 후자에 해당한다.

새로운 시장 참여자들이 나타나면서 공동인증서가 설 자리는 좁아졌다. 금결원에 따르면 공동인증서 발급 및 등록 건수는 2020년 4분기 3305만4000건에서 작년 4분기 2924만9000건으로 12% 감소했다. 그동안 통신사와 핀테크 기업들은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렸다. 연말정산을 위해 국세청 홈텍스 홈페이지에서 디지털 인증을 할 때 패스나 카카오·네이버의 인증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아졌다. 이들은 국세청, 국민연금공단, 한국도로공사 등 정부기관과 협약을 맺으며 서비스 대상도 확대했다.

민간 업체들은 인증 서비스 제공 분야를 일상 분야로 넓혔다. 인증서뿐 아니라 신분증이나 대학교 학생증, 자격증 등을 함께 보관·관리할 수 있도록 해 편리성을 꾀한 게 대표적이다. 사실상 ‘통합 지갑’을 만든 것이다. 주택 청약이나 정부24 공공증명서 발급 서비스도 한데 모았다. 통신 3사는 최근 한국공항공사와 손잡고 국내선 탑승 수속시 생체인증 등록을 위한 대체수단으로 패스의 모바일운전면허 확인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백신 접종 예약 알림이나 QR 인증 서비스를 선보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코로나 효과’에 힘입어 네이버와 카카오, 통신사, 국민은행의 인증서 합산 고객은 작년 1월 3710만명에서 올 1월 1억51만명으로 세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네이버 인증서 고객이 같은 기간 300만명에서 2700만명으로 늘어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백신 효과뿐 아니라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주택 청약 관련 인증 수요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연말정산을 할 땐 아직 개별인증서보다 공동인증서 비율이 높지만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2021년엔 공동인증서 88%, 개별인증서 12%였지만 작년엔 공동인증서 81%, 개별인증서 19% 비율을 보였다. 앞으로도 국내 전자 인증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각종 정보를 모아 맞춤형 자산관리, 금융상품 추천 등을 해주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대가 열린 만큼 민간 인증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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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