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서로 부딪치고 소통하며 성장…감염병 시대에도 대면교육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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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형 대학' 이상적인 교육모델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오랜 기간 당연시돼 온 대면 교육이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오미크론 변이가 창궐하면서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까지 대면 수업에 어려움을 겪자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반드시 대면 수업으로 되돌아갈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세 명이 같은 기숙사 방 쓰는 것이
가장 효과 좋다는 연구 결과 있어
이에 대해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은 교육의 핵심은 결국 대면 교육에 있음을 강조했다. “대학은 모든 갈등이 부딪치는 곳이며 학생들은 대학이란 네트워크 안에서 서로 소통하며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정 전 총장은 “이런 본질은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주기화할 감염병 시대에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대면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정 전 총장이 이상적인 대면 교육 모델로 꼽는 것은 그가 총장 시절 인천 송도에 도입한 ‘RC(residential college·거주형 대학) 제도’다. RC는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학부 교육을 받는 제도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과 영국 명문대들이 채택하고 있다.
그는 RC 교육을 한국 최초로 전면 도입했다. 2014년부터 연세대 신입생 전원은 송도 국제캠퍼스 기숙사에 입사해 1년간 RC 교육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운영을 중단했다가 올해 1학기 재개했다.
정 전 총장은 “미국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 등 세계 유수 대학 총장들은 대학이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로 RC를 꼽고 있다”고 소개했다. 학생들은 수업을 듣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는 ‘셔틀 교육’이 아니라 RC를 통한 ‘전인교육’을 받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학계에는 세 명이 기숙사 한 개 방을 같이 쓸 때 교육 효과가 가장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정 전 총장은 “오미크론 하루 확진자가 30만 명을 넘어선 지금 연세대 현직 총장이어도 계속 대면 교육을 추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오미크론이 정점을 지나면 교육 당국과 대학들이 대면 교육을 적극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학생의 잠재력을 개발하기 위해 대학들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RC 모델이 연세대에 성공적으로 정착하자 다른 국내 대학들도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서울대는 관악캠퍼스에 있는 노후 기숙사를 재건축하는 것을 계기로 이 모델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동국대 경주캠퍼스 등도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