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테크·메타버스'…그룹 신사업 첨병 된 유통업계 SI 계열사들 [한경 엣지]

롯데정보통신 적극 행보
2분기 중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
NFT 진출설도 나와

신세계아이앤시 매장 혁신 담당
작년엔 전기차충전사업에도 진출
현대 IT&E는 '무인매장' 사업 맡아
시스템통합(SI) 업체에 대해 아시나요? 국내 다수 대기업에는 이 사업을 하는 계열사가 있습니다. 그룹 계열사들의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구축 및 운영해주는 회사입니다. 전방 공격수보다는 후방의 지원군 역할을 하던 기업들이지요. 유통업계 대기업으로 꼽히는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도 모두 SI 계열사가 있습니다. 각각 롯데정보통신과 신세계아이앤씨, 현대 IT&E입니다.

유통업계의 SI 계열사들이 최근 그룹의 신사업을 이끌어가는 공신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유통과 IT의 결합이 가속화되면서입니다. 온·오프라인 매장을 기술로 혁신하는 리테일테크에서 시작해 메타버스 등 디지털 콘텐츠, 전기차 사업까지 맡는 모양새입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이는 기업은 롯데그룹의 디지털 전환(DT)을 담당한 롯데정보통신입니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그룹 최초로 참가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삼은 메타버스를 선보이기 위해서입니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7월 메타버스 기업 칼리버스를 인수하고 롯데 전 계열사와 연계된 메타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분기 중 결제 기능까지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해 베타 서비스 운영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메타버스 내 아이템 결제 뿐 아니라 실제 제품 결제가 가능해질 확률이 큽니다. 롯데면세점과 롯데하이마트가 계열사 중 가장 먼저 입점할 계획입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세븐일레븐, 롯데호텔,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 등 향후 입점할 수 있는 유통 계열사들이 풍부합니다.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 18일 연 정기주주총회에서 ‘디지털 자산 제작 판매 및 중개업’ 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했습니다. 메타버스 플랫폼 내 결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 진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리테일테크 강자입니다. 그룹의 오프라인 매장 혁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이마트24와의 협업이 가장 활발한데, 무인매장을 가능케 하는 자동결제 및 보안 기술을 담당합니다. 그 핵심이 스마트매대입니다. 소비자가 매대에 놓여있는 물건을 집으면 위치와 카메라 인식 등을 통해 제품을 인식하고 값에 맞게 결제를 하는 기술이지요. 이마트24와 CU의 무인 주류 자판기가 신세계아이앤씨 제품입니다.

무인매장은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강남에 ‘완전스마트매장’인 이마트24 스마트코엑스점을 열었습니다. 소비자는 처음에 입장할 때 QR코드 스캔을 한 뒤 원하는 물건을 들고 나오기만 하면 됩니다. 결제는 자동으로 됩니다. 성인인증이 필요한 담배도 팔 수 있는 ‘스파로스 스마트 선반(사진)’도 도입했습니다. 간편 본인확인 서비스(PASS)로 성인 인증을 한 뒤 문을 열고 제품을 꺼내면 자동으로 결제됩니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 신세계아이앤씨의 리테일테크를 집약한 매장이라는 설명입니다. 신세계아이앤씨 측에 따르면 개장 후 지난 9일까지 2만5000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지난해 10월 전기차 충전 사업에도 진출했습니다. 주차장에 충전기를 설치하고, IT 역량을 활용해 전기차 충전기 위치와 차량 충전 상태, 충전 요금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앱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주목할 것은 사업의 확장성입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신세계백화점과 전국에 퍼져있는 140여개의 이마트 점포는 좋은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메타버스 조직을 신설하고 사업 검토에 들어간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현대 IT&E는 2018년에 세워진 현대백화점 자회사입니다. 상대적으로 신생 회사지만, 지난해 2월 개장한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무인 라이프스타일 매장 ‘언커먼스토어’를 만든 주역이기도 합니다. 언커먼스토어는 한국판 ‘아마존고’라고 불리는 완전 무인 매장입니다. ‘현대식품관 투홈’ 앱의 QR코드를 인식해 매장에 입장한 후 상품을 가지고 나가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방식입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40여 대의 AI 탑재 카메라와 200여 개의 마이크로 컴퓨터가 초당 1600장의 고객 행동 이미지를 분석해서 결제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현대IT&E는 언커먼스토어를 만들기 위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2년간 협업했다고 합니다. 1호점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에게 이색 매장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현대백화점은 무인 매장 2호점을 열 곳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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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