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전환, '불법파견' 리스크의 해결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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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공약 중 하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 파견·용역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차별을 해소하겠다며 2017년 7월부터 주요 국정과제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을 단계별로 추진해왔다.
급격한 정책에 공공부문 기업들이 당혹스러워하자, 정부는 직접 고용 외에 '자회사 전환'도 나름의 '연착륙' 방안으로 제시했다.정부는 전환방식을 기관 자율에 맡기되, 직접 고용 방식은 물론 '자회사 전환'도 포함시켰다. 정부는 '바람직한 자회사 설립운영 모델안'까지 마련하고 자회사 운영실태 평가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도 반영하는 등 자회사 전환 방식을 정규직화 방식의 하나로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공공부문 근로자 중 정규직 전환을 완료한 18만5000여명 중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한 인원은 4만7000여명(25.4%)이다. 이를 공공부문 중 민간위탁 등을 제외한 공공기관으로 좁히면 그 비율은 크게 높아진다. 정규직 전환자 6만9268명 중 자회사는 4만6389명으로 67%에 육박한다.
이런 자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완전히 엇갈린다.
금속노조 등 노동계는 이런 자회사 전환 정책은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하는 일도 그대로고, 처우도 개선되지 않았는데 단순히 고용 안정성만 보장되는 것은 자신들이 원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처우도 정규직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해달라는 의미다.게다가 자회사 전환 정책이 강제 집행되고 있으며, 노조의 힘을 빼는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근로자들이 소송을 계속 진행할 경우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승소할 수 있는데도 자회사 취업을 강요해서 소송을 취하시키는 것도 일종의 기만전략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자회사 취업은 전적으로 근로자의 자율적 선택에 맡기면 될 일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현대제철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경우 2021년 9월 자회사 전환 이후 현장근로자들의 만족도가 우수하다는 증언도 나온다고 한다. 특히 금속노조의 눈치를 보는 조합원들 중에도 상당수가 자회사 채용을 희망하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현대제철 외에도 한 전자부문 대기업은 수리 및 설치 서비스 근로자의 소속을 기존 협력업체에서 자회사로 전환한 다음 직원 만족도는 크게 올라갔다고 전한다. 고용 안정은 물론, 소속이 대기업의 자회사로 바뀌면서 주변의 시선이 바뀌었다는 평가도 근로자들의 만족도를 높여준다고 한다.
게다가 무조건 비정규직을 정규직과 똑같이 대우해 주는 게 과연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공정한가라는 의문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분위기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건강보험공단 콜센터에서 벌어진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사이의 갈등 사태가 이를 증명한다.
이 판결은 한전 외주업체 근로자들이 한전의 자회사인 한전FMS에 고용된 사건이다. 자회사는 정부정책에 따르기 위해 2019년 5월 홈페이지에 채용 공고를 내고, 협력업체 소속이던 원고 근로자들은 정규직전환에 동의한다는 전환채용 지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자회사 전환을 선택한 근로자들은 생각이 바뀌었다. 결국 불법파견 소송을 걸고 "직접 고용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재판부는 "한전FMS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설립된 회사이므로, 다른 외주업체들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며 "한전은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의무를 이행했다"고 판시했다. 즉 공인된 정규직 전환이 맞다는 의미다.
다만 이 판결은 하급심인데다가 "정부의 정책에 따랐으므로 불법파견이 아니다"라는 다소 빈약한 논리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때문에 자회사로 전환한 근로자들이 불법파견 소송을 계속 제기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한전FMS의 경우 자회사 전환 이후에도 근로자들이 기존의 업무를 그대로 하는 방식을 취했다. 결국 껍데기만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했을 뿐 하는 일은 그대로였던 것이다. 여기에 처우도 그대로라면 자회사를 선택한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법리적으로도 자회사 전환을 했다고 해도, 하는 일이 협력업체와 다를 게 없고 정규직 직원들과 혼재해 작업을 하고 있다면 불법파견이 인정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가장 최선책은 직접 고용이지만, 기업 사정상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 불법파견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회사 전환을 한 이후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해주는 것이다. 현대ITC 등 주요 대기업은 자회사 설립을 하면서 처우를 대폭 향상시켜 주고 복지 정책도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 고용안정성에 더해 처우 개선까지 되면 자회사 근로자들이 무리해서 회사와 소송전을 벌이려 하는 일은 줄어들게 된다. 아무런 처우 개선이 없다면 근로자들은 당연히 생각이 바뀔수밖에 없다. 특히 그 회사에 끝까지 싸워 정규직 전환을 얻어낸 근로자가 있다면 자회사를 선택한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또 현재 진행 중인 불법파견 소송 등이 있다면 자회사 전환 과정에서 '부제소 합의'를 받거나,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이 없다고 해도 앞으로 "추후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면 약속을 받는 것이 법리적으로 주효하다는 게 변호사들의 조언이다. 또 자회사에 대한 지나친 지휘·감독을 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자회사가 자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지, 수의계약을 체결해 모회사에 종속시키거나 인사를 모회사가 직접 챙기는 경우라면 자회사 전환의 의미가 없고 불법파견 분쟁의 소지가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급격한 정책에 공공부문 기업들이 당혹스러워하자, 정부는 직접 고용 외에 '자회사 전환'도 나름의 '연착륙' 방안으로 제시했다.정부는 전환방식을 기관 자율에 맡기되, 직접 고용 방식은 물론 '자회사 전환'도 포함시켰다. 정부는 '바람직한 자회사 설립운영 모델안'까지 마련하고 자회사 운영실태 평가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도 반영하는 등 자회사 전환 방식을 정규직화 방식의 하나로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공공부문 근로자 중 정규직 전환을 완료한 18만5000여명 중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한 인원은 4만7000여명(25.4%)이다. 이를 공공부문 중 민간위탁 등을 제외한 공공기관으로 좁히면 그 비율은 크게 높아진다. 정규직 전환자 6만9268명 중 자회사는 4만6389명으로 67%에 육박한다.
◆불법파견 소송 확산에 '자회사'로 대응하는 기업들
이를 지켜본 민간기업들도 '깨달음'을 얻었다.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제기하는 불법파견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던 민간기업들은 자회사 설립이 '국가 인증'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에 많은 기업이 협력업체나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최근 금속노조가 53일동안 통제센터를 점거해 문제가 됐던 현대제철도 이 문제의 중심에 있다. 현대제철은 자회사 현대 ITC를 세우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협력업체 근로자 5300여명 중 3300여명이 현대ITC에 입사한 상태다. 이들은 한국노총 산하 지회를까지 설립해 회사와 단협도 체결했다.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8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속노조가 이런 전환 정책을 '자회사 전환을 강제하고 있다' '부제소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통제센터 폭력 점거' 사태를 일으켜 논란이 됐다.이런 자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완전히 엇갈린다.
금속노조 등 노동계는 이런 자회사 전환 정책은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하는 일도 그대로고, 처우도 개선되지 않았는데 단순히 고용 안정성만 보장되는 것은 자신들이 원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처우도 정규직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해달라는 의미다.게다가 자회사 전환 정책이 강제 집행되고 있으며, 노조의 힘을 빼는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근로자들이 소송을 계속 진행할 경우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승소할 수 있는데도 자회사 취업을 강요해서 소송을 취하시키는 것도 일종의 기만전략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자회사 취업은 전적으로 근로자의 자율적 선택에 맡기면 될 일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현대제철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경우 2021년 9월 자회사 전환 이후 현장근로자들의 만족도가 우수하다는 증언도 나온다고 한다. 특히 금속노조의 눈치를 보는 조합원들 중에도 상당수가 자회사 채용을 희망하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현대제철 외에도 한 전자부문 대기업은 수리 및 설치 서비스 근로자의 소속을 기존 협력업체에서 자회사로 전환한 다음 직원 만족도는 크게 올라갔다고 전한다. 고용 안정은 물론, 소속이 대기업의 자회사로 바뀌면서 주변의 시선이 바뀌었다는 평가도 근로자들의 만족도를 높여준다고 한다.
게다가 무조건 비정규직을 정규직과 똑같이 대우해 주는 게 과연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공정한가라는 의문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분위기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건강보험공단 콜센터에서 벌어진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사이의 갈등 사태가 이를 증명한다.
◆자회사 전환, 어떤 리스크 있나...해결책은
자회사 전환은 법적으로 불법파견의 해법이 되는 걸까. 여기에 딱 들어맞는 대법원 판결은 없다. 다만 지난해 6월 나온 하급심 판결에서 이와 관련한 내용을 다룬 바 있다.이 판결은 한전 외주업체 근로자들이 한전의 자회사인 한전FMS에 고용된 사건이다. 자회사는 정부정책에 따르기 위해 2019년 5월 홈페이지에 채용 공고를 내고, 협력업체 소속이던 원고 근로자들은 정규직전환에 동의한다는 전환채용 지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자회사 전환을 선택한 근로자들은 생각이 바뀌었다. 결국 불법파견 소송을 걸고 "직접 고용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재판부는 "한전FMS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설립된 회사이므로, 다른 외주업체들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며 "한전은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의무를 이행했다"고 판시했다. 즉 공인된 정규직 전환이 맞다는 의미다.
다만 이 판결은 하급심인데다가 "정부의 정책에 따랐으므로 불법파견이 아니다"라는 다소 빈약한 논리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때문에 자회사로 전환한 근로자들이 불법파견 소송을 계속 제기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한전FMS의 경우 자회사 전환 이후에도 근로자들이 기존의 업무를 그대로 하는 방식을 취했다. 결국 껍데기만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했을 뿐 하는 일은 그대로였던 것이다. 여기에 처우도 그대로라면 자회사를 선택한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법리적으로도 자회사 전환을 했다고 해도, 하는 일이 협력업체와 다를 게 없고 정규직 직원들과 혼재해 작업을 하고 있다면 불법파견이 인정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가장 최선책은 직접 고용이지만, 기업 사정상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 불법파견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회사 전환을 한 이후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해주는 것이다. 현대ITC 등 주요 대기업은 자회사 설립을 하면서 처우를 대폭 향상시켜 주고 복지 정책도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 고용안정성에 더해 처우 개선까지 되면 자회사 근로자들이 무리해서 회사와 소송전을 벌이려 하는 일은 줄어들게 된다. 아무런 처우 개선이 없다면 근로자들은 당연히 생각이 바뀔수밖에 없다. 특히 그 회사에 끝까지 싸워 정규직 전환을 얻어낸 근로자가 있다면 자회사를 선택한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또 현재 진행 중인 불법파견 소송 등이 있다면 자회사 전환 과정에서 '부제소 합의'를 받거나,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이 없다고 해도 앞으로 "추후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면 약속을 받는 것이 법리적으로 주효하다는 게 변호사들의 조언이다. 또 자회사에 대한 지나친 지휘·감독을 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자회사가 자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지, 수의계약을 체결해 모회사에 종속시키거나 인사를 모회사가 직접 챙기는 경우라면 자회사 전환의 의미가 없고 불법파견 분쟁의 소지가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