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도 공들인 회사 CEO 폭탄 발언에…삼성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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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CEO "EUV 장비 부족 불가피"
2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버닝크 CEO는 최근 영국 경제 매체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제조장비를 지난해보다 올해 더 많이, 올해보다 내년에 더 많이 출하할 예정"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그는 다만 "수요곡선을 보면 (생산량 증가가) 충분치 않으며 생산 능력을 50% 이상 끌어올려야 하지만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ASML의 생산 능력을 확대할 방안에 대해 검토했지만 아직 필요한 투자 규모에 대해 확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버닝크 CEO는 또 "독일 칼 자이스(Carl Zeiss) 렌즈가 ASML 장비에 들어가는데 칼 자이스도 더 많은 렌즈를 만들려면 허가를 받고 새 공장을 지어 클린룸을 확보해야하고 사람도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반도체 제조사가 공사하면 최소 2년은 걸린다"며 "결국 장비를 들이는 시점은 3~4년 뒤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ASML의 새 공장이 2024년 전에 가동되지 않을 것이므로 EUV 노광 장비를 만드는 데에도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이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ASML은 세계 반도체 노광 장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노광 장비는 실리콘 웨이퍼(둥근 원판)에 빛을 쏴 회로를 새겨주는 기계다. 회로 선폭이 좁고 가늘수록 칩 크기가 작아져 웨이퍼 한 개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즉 전력 소비량도 적어지고 성능은 높아진다는 말이다. 신용 평가사 무디스 보고서(2020년 12월)에 따르면 ASML은 매출 기준 전 세계 노광 장비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지배한다.
기술 수준에 따른 여러 종류의 노광 장비 중에서도 EUV 노광 시스템은 ASML 점유율이 100%다. 전 세계에서 ASML만 유일하게 EUV 노광 장비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EUV 노광 시스템은 7nm 이하 초미세 회로를 새기는 공정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이 장비가 없으면 초미세 공정에서 기술력을 다투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도, 2위인 삼성전자도 초미세 공정 반도체를 대량 생산할 수 없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초미세 공정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구현해 낼 EUV 장비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문제는 ASML이 1년에 생산하는 EUV 노광 장비는 불과 45대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미국 인텔과 대만 TSMC도 ASML의 EUV 노광 장비를 사기 위해 선납금까지 지급하며 대기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 사태를 겪으며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 생산시설을 짓겠다고 하면서 해당 장비 확보가 파운드리 업체의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로 무게감이 커졌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