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값 폭등 여파…중국산 'LFP 배터리'에 패권 넘겨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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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값 폭등에 삼원계 배터리 주춤?
LFP 배터리 수요 단기적으론 늘 것
하지만 주력으로 성장하긴 어려워
가격 싸지만 주행거리 등 한계 많아
니켈(N)과 코발트(C) 기반의 삼원계·사원계 배터리는 국내 업체들이 주력하는 분야로 CATL,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 생산 비중(약 90%)이 압도적인 LFP 배터리보다 가격은 높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 가능거리가 길고 고속 충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배터리 수명도 길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격 측면의 이득도 있다. 최근 완성차 업계의 LFP 배터리 채택 추세에도 국내 업체들이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하는 전략을 유지하는 이유다.
니켈값 폭등…업계 "당장 영향 제한적…장기화 예의주시중"
22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가격은 이달 7일 기준 t당 4만2995달러(약 5259만원)로 전년 대비 132% 폭등했다. 지난 2월 대비로도 78% 뛰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니켈 공급이 제한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같은 날 런던금속거래소는(LME)는 니켈 값이 장중 한때 t당 10만달러(약 1억2208만원)까지 치솟자 거래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찻값도 덩달아 올랐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중국에서 모델3, 모델Y 등 핵심 모델 가격을 일주일 새 3번이나 인상했다. 국내에서도 일주일 만에 2차례 인상을 단행, 차량 가격을 무려 540만원(모델Y 퍼포먼스 기준)이나 올렸다.
상황이 이러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변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체들은 당장 원자재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전 세계 니켈의 10%를 공급하는 니켈 3위 생산국이지만 국내 배터리 업체는 러시아가 아닌 중국, 인도네시아, 호주 등으로부터 니켈을 공급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장기 구매 계약을 통해 니켈 가격 등락에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이미 마련해 놔 단기적으로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원자잿값 인상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만 공급망 다각화, 장기 구매계약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LFP배터리 도입 속도 내나
제조사들로선 가격 경쟁력을 위해 LFP 배터리 비중을 늘리는 것 외 대안이 없는 가운데 LFP 배터리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최근 현대차와 리비안도 LFP 배터리 채택 계획을 밝혔다. 주행거리와 출력에 한계를 갖는 LFP 배터리는 저가용·보급형 전기차에 투입된다. 가격 경쟁력이 핵심인 신흥 시장용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LFP 배터리, 주력 되긴 어려울 것"
수요는 늘겠지만 궁극적으로 LFP 배터리가 시장의 주력으로 자리잡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격과 안전이라는 무기를 갖췄지만 배터리 용량, 충전 속도, 수명 등 성능 측면에서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면 삼원계 배터리에 갖는 가격 우위만으로 산업에 지각변동을 몰고 오긴 어렵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LFP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가 시장의 주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LFP 배터리 점유율이 30%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아다마스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기차 배터리 중 삼원계 배터리 비중은 80%, LFP 배터리 비중은 20%로 집계됐다.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국내 업체들이 LFP 배터리 개발 계획이 있다면서도 차량용 배터리가 아닌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우선 내놓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LFP 배터리의 한계 때문이다. 삼성SDI는 LFP 배터리 개발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원계 배터리와 고정비는 비슷하지만 값이 싸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도 국내 업체들이 LFP 배터리 생산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대한 고객들이 기대는 커지고 있다"며 "이에 비해 LFP 배터리는 수명·용량·출력이 삼원계 배터리보다 떨어진다. 이 점을 미뤄 LFP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에서 도태되거나 일부 저가·저용량 전기차용으로만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