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증시 영향력 세진다…덴티움·LX세미콘 등 주목

기관이 사야 주가도 '꿈틀'

기관투자가 거래대금 비중
7개월 만에 20%로 증가

개인들 증시서 빠져나가고
외국인은 매도세 지속
한동안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다. 과거 외국인 투자자가 지니고 있던 시장 영향력은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로 옮겨갔다. 그러나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빠져나가고, 2020년 이후 외국인 매도세도 지속되면서 기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10년간 유가증권시장 주가 상승률과 기관의 시가총액 대비 순매수 비율의 상관계수는 -0.2에 불과했지만 최근 1년간 이 수치는 0.5로 높아졌다. 기관이 사면 주가도 오를 가능성이 50%까지 올라왔다는 것이다. 기관이 최근 2주간 많이 사들인 종목 중 실적도 좋은 기업은 덴티움, 에스에프에이, LX세미콘, BGF리테일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높아지는 기관 영향력

22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내 기관투자가의 거래대금 비중은 약 20%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약 16%) 대비 4%포인트가량 높아졌다. 기관의 거래대금 비중이 약 20%를 차지하게 된 건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개인 거래대금이 크게 감소한 탓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의 거래대금 비중은 2020년 9월 약 75%까지 높아졌다가 최근 약 55% 수준으로 낮아졌다.

업계에선 특히 기관 수급 영향력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과거엔 기관이 매수한다고 해서 주가가 꼭 오르는 건 아니라는 통념이 강했다. 과거 10년간 코스피 주가 상승률과 기관 순매수 비율의 상관계수는 -0.2에 불과했다. 기관이 살 때 오히려 주가는 떨어졌다는 것이다.그러나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코스피 주가 상승률과 기관 순매수 비율 간 상관계수는 0.5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비율과의 상관계수는 0.5에서 0.1로 낮아졌다. 개인은 -0.4를 기록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 수급 영향력은 외국인 대비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최근 들어 높아지고 있다”며 “매크로 환경 때문에 증시 변동성이 큰 지금 같은 때엔 기관의 수급 모멘텀이 높은 기업에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기관이 주목하는 에스에프에이·덴티움

미래에셋증권은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하루평균 거래대금 20억원 이상인 기업 중 최근 2주간 시가총액 대비 기관 순매수 비율이 0.3% 이상인 기업을 골라냈다. 여기서 기관 순매수 비율과 주가 상승률 간 상관계수가 0.4 이상이고, 올 1분기와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 대비 늘어나는 기업을 다시 추렸다.

덴티움, 에스에프에이, LX세미콘, BGF리테일, 한화손해보험, 카카오게임즈, KCC글라스, 강원랜드, 에스티팜 등이 조건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에스에프에이는 지난 2주간 기관 순매수 비율이 1.0%에 달했다. 기관 순매수 비율과 주가 상승률 간 상관계수는 0.6을 기록했다. 비디스플레이 부문인 2차전지, 반도체 부문의 신규 수주가 이어지면서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5% 증가할 전망이다.

덴티움의 지난 2주간 기관 순매수 비율은 1.6%를 기록했다. 덴티움은 올해 매출 가이던스를 4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전년 대비 37% 늘어난 수치다. 러시아 시장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28%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BGF리테일의 지난 2주간 기관 순매수 비율도 1.0%를 기록했다. 리오프닝(경제 재개) 효과로 업황 회복이 기대되는 데다 새 정부 들어 최저임금 상승률이 둔화되면 비용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6.1%,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18.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