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1등 매트리스' 품은 정지선…"내수 한계 돌파"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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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百그룹, 창사 최대 M&A…지누스 9000억원에 인수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사진)이 내수(內需) 기업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글로벌 온라인 가구·매트리스 기업인 지누스를 8947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창사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금액이다. 전체 매출의 97%를 해외에서 올리는 지누스를 해외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윤재 회장 지분 30% 매입
신주 인수로 1200억 별도 투자
매출 25兆에도 '내수기업' 저평가
"글로벌·온라인 도약" 강력 의지
"2030년까지 매출 40조로 성장"
한섬 이후 M&A에 2兆 쏟아부어
‘아마존 매트리스’ 도약대 삼아 해외로
정 회장이 지누스 시가총액(이날 종가 기준 1조1692억원)에 맞먹는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이유는 ‘글로벌’과 ‘온라인’을 동시에 충족하는 기업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누스의 20만원대 주력 제품은 일명 ‘아마존 매트리스’로 불리며 해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아마존 매트리스 판매 부문 1위이고,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 점유율이 30%를 웃돈다.
주목받는 정지선의 ‘한길 M&A’
유통 및 투자은행(IB)업계에선 정 회장의 일관된 M&A 전략이 또다시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면서, 현대백화점이 사업 내용을 잘 아는 기업’만 인수한다는 것이다. 아마존을 뚫을 정도의 글로벌 가격 경쟁력을 갖춘 지누스 인수도 이런 전략적 판단에서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지누스는 지난해 매출 1조1238억원에 74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누스의 매출은 해외와 온라인 비중이 각각 97%, 80%에 달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의 e커머스 전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구조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신세계 롯데와 달리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전문몰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현대백화점의 이런 전략은 한섬 인수를 통해 효능을 증명한 바 있다. 한섬은 백화점 매장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하면서 재원을 온라인 판매를 늘리는 데 투자했다. 지난해 한섬 매출(1조3874억원) 중 20.8%가 온라인에서 나왔다. 영업이익률도 2018년 7%에서 지난해 11%로 상승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가구·인테리어·건자재 시장에서도 같은 성공 방정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현대리바트와 현대L&C의 합산 매출은 지난해 2조5166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리빙 부문 계열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누스의 취급 품목을 매트리스 외에 거실, 홈오피스, 아웃도어 등 일반가구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미국 등 북미 중심의 지누스 사업 구조도 유럽 및 남미, 일본 등으로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지누스 인수를 계기로 현대백화점그룹은 ‘2030 비전’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 정 회장은 지난해 그룹 매출을 2020년까지 40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012년 한섬 인수 이후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누스를 포함해 M&A에 쏟아부은 투자액은 2조2508억원에 달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누스 매각은 이윤재 회장이 경쟁 입찰을 하지 않고 정 회장과의 독대로 성사된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 한샘 인수에 실패한 것이 현대백화점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평가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