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선 패하자 또 '언론개혁' 들고 나온 민주당

文 반대에 무산된 언론법 재추진
정신 못 차리면 지방선거 '폭망'

오형주 정치부 기자
“당 지도부가 또다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들고나왔는데 국민들이 얼마나 거기에 관심을 가질까요. 대선에서 지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더불어민주당 A의원은 2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더 크게 질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이같이 털어놨다.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비대위원장을 맡은 뒤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언론개혁을 일성으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가 아직 50여 일 남아 있다”며 “미진한 개혁 법안들을 이번에 확실하게 매듭짓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통합과 국민의 알권리 보장, 언론의 독립성 등을 위해서도 언론개혁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했다. 당내에선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반응이 나왔다. 대선 패배의 직접적 원인이 된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 부담을 낮추는 데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전혀 엉뚱한 데서 해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초선인 A의원의 위기감은 더 크다. A의원 지역구는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마무리되면서 최근 집값이 급등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곳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약 8%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A의원은 “집값은 물론 전세가격이 너무 올라 유권자의 약 40%인 세입자들마저 현 정권에 등을 돌렸다”며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이 낮다 보니 출마 희망자 수도 확 줄었다”고 전했다. 언론법에 대해 A의원은 “이미 대통령까지 나서서 반대한 사안을 당이 밀어붙이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작년 9월 29일 언론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다 ‘입법 독주’라는 비판이 커지고 막판에 문재인 대통령마저 제동을 걸자 한발 물러섰다.

그런데 대선이 끝나자 ‘보수언론에 대선 패배 책임을 물어 언론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장을 내민 한 중진 의원은 “미디어법을 개정해 현재 4개인 종합편성채널을 2개로 줄이자”고 주장했다. 언론법에 대해선 “법안이 이미 본회의에 계류 중이라 표결만 하면 된다”고도 했다.

‘20년 장기집권’을 꿈꿨던 현 여권은 이미 ‘조국 사태’ 때 무리하게 검찰개혁을 밀어붙이다가 자신들이 임명한 검찰총장에 의해 정권교체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민주당이 0.7%포인트 차 석패에 안주해 강성 지지층만 보고 ‘언론법 강행 처리’ 같은 과오를 되풀이한다면 앞으로 20년간 집권 자체가 불가능해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