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기요금 못 올리면 16조 추가 손실"…原電 가동 더 늘려도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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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한국전력 내부 자료 단독 입수전기요금이 제때 인상되지 않으면 연료비 상승으로 인해 한국전력이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손실이 올해 16조원에 이를 것이란 한전 내부 자료가 나왔다.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원유 등 발전연료 가격이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해 올 들어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尹 '동결 공약'에 초비상
연료비 반영된 2분기 조정단가
㎾h당 30원 인상해야 되는데
정부는 3원 올리는 것도 난색
인수위, 작년 74%인 원전 이용률
9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지만
화석연료 비중 여전히 높아 한계
한전의 손실은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할 몫이기 때문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전기료를 통제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후보 시절 ‘전기요금 동결’을 약속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 공약을 그대로 유지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26% 인상 요인 발생한 전기요금
한국경제신문이 22일 단독 입수한 한전 내부 자료에 따르면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핵심 항목인 연료비 조정단가는 올 2분기 ㎾h당 ‘+30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발전연료 가격에 따라 3개월마다 조정되는 비용으로, 전기요금을 30원 이상 올려야 연료비 상승으로 인한 한전의 손실을 메울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1월 기준 한국전력의 전력 판매단가는 ㎾h당 114.8원이다. 연료비 조정단가를 30원 올리면 국민의 평균적인 전기요금 부담은 26.1% 늘어나는 셈이다.연료비가 많이 올랐다는 이유로 한전이 전기요금을 마음껏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20년 12월 연료비에 따라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서 연료비 조정단가의 분기별 최대 변동폭을 ㎾h당 ±3원으로 제한했다. 연간 변동폭은 ±5원까지 허용했다.이로 인해 한전은 ㎾h당 최소 30원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했는데도 올 2분기 최대 3원까지만 전기요금을 올릴 수 있다. 연료비 연동제 원칙에 따라 전기요금이 오른다 하더라도 ㎾h당 27원씩 손해를 보면서 전기를 판매해야 한다는 의미다. 올해 한전의 전력 판매량이 작년(53만3431GWh)과 같다고 가정하면 연료비 상승으로 인한 한전의 추가 손실은 올해 약 14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풍전등화 한전
문제는 정부가 연료비 연동제 원칙에 따라 전기요금을 3원 인상하는 안마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지난 16일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한 항목인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3원 올리는 내용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정부는 부처 사이의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21일 예정됐던 2분기 전기요금 조정 발표 일정을 연기했다. 정부가 전기요금 조정 발표 일정을 미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제 협의를 마무리 짓고 2분기 전기요금을 발표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윤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전기요금이 동결되면 한전은 전기요금 동결 요인만으로 올해 약 16조원의 추가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발전연료 가격이 오르면 손실폭은 더 커질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한전의 전력 판매단가가 단계적으로 ㎾h당 15.1원 오른다는 가정 아래 한전이 19조9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작년 기준 74.5%에 그친 원자력발전 이용률을 미국과 같이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석탄·LNG·원유 등 화석연료를 통한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 압력 요인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한전은 내부 자료를 통해 “재무 악화로 인한 이자비용 및 자금조달비용의 급격한 증가는 미래 세대로 전가되며, 요금 조정 지연 시 인상 요인이 점증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연료비 연동제가 제도 취지대로 운영된다는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진/이지훈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