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화장장 과부하…국화 경매가도 역대 최고

부산영락공원 5일치 예약 마감, 가동률 높여도 역부족
장례식장용 국화 20송이 1단에 5만원…예년보다 5배 비싸
"장례 일정을 어쩔 수 없이 하루 늘렸어요. 화장장 예약도 겨우 했어요.

"
최근 부산에서 부친상을 치른 직장인 A(41)씨는 혈육을 떠나보낸 슬픔에 더해 장례 절차 진행의 어려움을 동시에 겪어야 했다.

A씨는 당연히 3일장이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화장장 예약 등이 여의치 않아 4일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그는 "예전과 달리 대기 인원이 많아서 원하는 화장 일정을 정할 수가 없었다"며 "장례전문업체에서 일하는 가족이 아니었다면 이마저도 어려워 눈앞이 캄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의 화장장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사망자가 비교적 많은 계절적 특성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부산은 지난해 화장률이 전국 1위였는데 이런 현상이 더 심화하고 있다.

부산시설공단이 운영하는 영락공원은 선제 대응 조치로 이달 중순부터 평년 대비 화장로 가동률을 160%로 끌어올렸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연말과 올해 1월까지만 해도 14개 화장로에서 하루 70명을 화장했다. 그러나 몰려드는 화장 예약을 감당할 수 없어 하루 84명으로 올렸다가 이달 중순부터는 98명으로 화장로 가동률을 상향했다.

운영시간도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였던 것을 오후 8시까지로 4시간 연장했다.

지난 21일 기준 하루 화장 현황을 보면 98명 중 코로나19 사망자는 42명, 일반은 56명으로 각각 1대 1에 근접한 수준이 되고 있다.

공단 측은 온라인으로 화장장 예약을 접수하는데 5일치 예약이 금세 마감된다고 밝혔다.

공단 관계자는 "화장과 빈소 예약이 여의치 않아 3일장이 아닌 5일장도 많다"며 "화장로 가동률을 최대한으로 올리고 운영시간도 연장했으나 직원 중에도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 업무상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고 내려가지 않는 한 당분간은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며 "고령화 사회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인 대비책으로 화장로 증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례에 미치는 영향은 화훼시장으로도 이어진다.

부경원예농협 등에 따르면 장례식장에 많이 쓰이는 국화는 최근 경매에서 20송이 1단이 무려 5만원에 팔리는 등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예년이면 국화 1단에 6천에서 8천원 사이에 경매가 이뤄졌는데 5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화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줄면서 역대 최고가가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겨울에는 국화 재배에 난방비가 많이 들어 다른 시기에 비해 출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데 때마침 수입 물량도 줄어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국화를 재배해도 제값을 받지 못하면서 국화 재배 농가가 줄어들기도 했다.

화훼농가를 운영하는 최모(68)씨는 "현재는 3만원대로 가격이 내려오기는 했지만, 40년간 꽃 농사를 하면서 국화가 1단에 5만원을 기록한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귀한 몸값인 국화와 달리 장미, 카네이션, 튤립, 백화 등 다른 꽃들은 가격이 바닥권에 머무르면서 농가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장미의 경우 작년에는 10송이 1단에 5천원 정도로 거래됐으나 현재는 절반 수준인 3천원대 초반 수준이다.

평소라면 이맘때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졸업식, 입학식 등이 줄지어 있었고, 기업 사무실마다 봄맞이 이벤트 등으로 꽃 수요가 많으나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수요가 대폭 줄었다. 화훼농가 운영자인 김모(68)씨는 "값이 비싼 국화는 팔고 싶어도 재배 농가가 적고, 국화를 제외한 다른 품목들은 소량을 제외하고는 팔리지 않는다"면서 "농가들이 자조금을 조성해서 팔리지 않는 꽃들은 폐기처분을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