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론 ABCP의 명암…결국 우발부채 관리가 관건 [한신평의 Credit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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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광주 화정 아이파크 신축 공사 사건으로 인해 HDC현대산업개발의 신용도 관점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론(Loan)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차환위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확대됐다.
김용건 한국신용평가 레이팅그룹 총괄본부장
부동산 경기 변동성, 금리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건설사 경영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다수의 변수들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PF Loan ABCP 이슈는 유동성 위험마저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부동산 경기 활황의 수혜를 바탕으로 건설사 사업자금조달에 크게 기여했던 PF Loan ABCP가 왜 HDC현대산업개발의 유동성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됐을까. 유동화 구조적 관점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고, 우발부채 관련 이슈가 다른 건설사 및 일반기업에도 발생 가능한 변수인 만큼 이번 사례를 통해 기업의 재무정책·자금조달 관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자산유동화 시장의 양적 성장 이끌었지만…
국내 자산유동화시장은 1998년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도입 이후 자금조달 주체 입장에서 다양한 조달원의 확보, 무수익자산의 유동화, 자산절연(True sale) 등의 긍정적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 20여년간 꾸준히 양적으로도 성장해왔다. 2000년대 초반 한때 카드 사태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지만 법적·제도적 보완을 통해 자금조달수단과 기업금융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국내 자산유동화시장의 성장은 무엇보다도 2000년대 후반부터 활성화된 PF Loan 유동화와 금리 차익거래 방식의 정기예금 유동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부동산 활황에 따른 PF Loan 유동화의 증가는 성장폭을 더욱 키웠다.
한국신용평가 집계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자산유동화증권은 전년 대비 15.6% 증가한 264조4000억원이 발행됐다. 이 중 PF Loan 유동화는 전년 대비 77% 상승한 49조2000억원이 발행됐다. 신규 평가건수로 살펴보면, 전체 유동화는 전년 대비 50.3% 증가한 3163건이었고, PF Loan 유동화는 전년 대비 86.3% 증가한 1567건으로 전체 시장 성장의 주 요인이었다.
조달 주체와 투자자의 요구 등 환경적 요소를 감안하면 이런 쏠림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PF Loan과 정기예금 유동화 비중 확대는 국내 자산유동화 시장의 질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매출채권, 소매채권, MBS(주택저당증권), CDO(부채담보부증권), NPL(부실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자산유동화에 비해 구조화금융(Structured Finance)으로서 성격이 약한 PF Loan, 정기예금 유동화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투자금융 분야의 고급 전문인력 양성 측면에서, 또한 특정분야 익스포저(위험노출액) 편중 측면에서 부정적 요인이 됐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PF Loan 유동화의 자본시장 내 순기능적 역할은 분명하다. 시장의 흐름이 그렇다면 자금조달 주체나 투자자는 유동화 구조의 정확한 이해를 통해 위험관리 하에서 재무활동에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신용보강주체는 금융사 혹은 건설사PF Loan 유동화는 말 그대로 부동산금융의 한 방식이다. PF Loan 유동화증권은 증권의 형태로 발행되기 때문에 상환의 적시성, 상환재원의 충분성이 보장돼야 신용등급을 부여받을 수 있다. 신용도가 우수한 신용보강주체의 참여가 거의 필수적이다.
PF Loan 유동화증권 발행시 외부 신용보강 방식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하나는 증권사 등 금융사가 신용보강(사모사채 인수, 자금보충, 기초자산 매입 등)을 제공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시공사로 참여하는 건설사의 신용보강(연대보증, 채무인수, 자금보충과 미이행시 채무인수 등) 방식이다.
두 가지 모두 제공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일반적으로 증권사 등이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건설사 의무부담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게 된다. 2021년 발행된 PF Loan 유동화증권의 금융사와 건설사 신용보강 비중은 각각 56.7%와 30.7%였다.
한편 원리금 상환의 적시성을 논외로 한다면, 우수한 사업장의 경우 담보물(준공된 건물 또는 사업부지 등)의 가치까지 더해져 회수율 측면에서의 상환가능성은 더욱 제고될 수도 있다.
대출 만기, 유동성 공여 약정의 유무
신용보강 방식 결정과 함께 중요한 것은 대출 만기의 결정(대출 만기의 결정에 따라 신용보강의 기간도 동일하게 결정)이다. 통상적으로 부동산개발사업은 2~3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현금흐름도 해당 기간에 걸쳐 분할 유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발사업 초기라면 자금조달 주체 입장에선 전체 사업기간에 해당되는 기간에 맞춰 장기로 대출만기를 설정하든지, 아니면 중도 유입되는 현금흐름을 감안해 단기조달 후 사업종료 시점까지 여러 번 리파이낸싱(재융자)하는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그 선택은 사업단계, 사업성과(분양률 등), 유동화증권 투자수요, 금융시장 상황, 금리 등 매우 다양한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PF Loan 유동화증권은 제도적 장점, 투자자의 요구, 금리, 현금흐름 일치의 용이성 등의 이유로 ABS(자산유동화증권) 보다는 단기의 ABCP 또는 ABSTB(유동화전자단기사채)로 대부분 발행되고 있다. 대출 만기가 짧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단기의 ABCP, ABSTB로 발행되더라도 차환 위험을 통제해 장기 조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기초자산인 대출의 만기를 장기로 설정한 후, 대출과 유동화증권의 만기가 달라서 발생하는 차환위험은 금융사(대부분 증권사)와 유동성 공여약정을 체결함으로써 해결한다. 최종 대출만기까지 1~3개월 단위로 계속 발행되는 ABCP를 금융사가 약정금리에 무조건적으로 매입(이자미지급, 부도, 신용등급이 특정 등급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 등 제외)하도록 하면 된다.
대출만기 동안 기한이익상실사유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금융사의 유동성공여로 인해 유동화증권의 차환위험은 발생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장기의 자금조달수단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시장상황에 따른 금리 장점을 누리지 못하거나 거래상대방 추가 참여에 따른 비용의 증가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한편, 대출만기를 단기로 설정한 경우에도 사업기간 동안 해당 건설사의 큰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금융사의 유동성 공여가 없더라도 차환위험은 낮다. 그러나 모든 위험을 사전적으로 통제할 수는 없다. 단기로 설정된 경우 사업기간과 불일치로 인해 시장 및 업체상황에 따른 조달환경 변동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만약 건설사 신용보강과 유동성 공여약정이 체결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사 이슈 발생으로 기존 ABCP 만기 시점에 새로운 ABCP의 차환발행이 여의치 않게 되면 신용공여자인 건설사의 연대보증 또는 채무인수 의무가 즉시 발생한다. 결국 건설사는 대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슈가 발생한 건설사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상승한 상황에서 해당 건설사는 상환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 차입 시 정상적인 금리수준에 비해 대폭 상향된 금리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자체 차입금 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장을 위해 자금조달한 ABCP 차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일시에 자금조달 수요가 폭증하게 된다. 차환에 성공하더라도 투자자들의 수요는 단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어 차입구조의 단기화는 더욱 심화된다.
사업장별 현황(분양률, 사업진행단계 등)에 따라 단기조달의 불가피성이 존재하겠지만, 지나치게 편중된 단기 발행, 자체 신용보강 제공 형태가 HDC현대산업개발의 유동성 위험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건설사의 PF Loan 유동화증권 발행현황을 분석해보면 일부 건설사의 경우에도 단발성 ABCP, ABSTB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2월 22일 발행잔액 기준 1000억원 이상의 유동화증권에 신용보강을 제공한 9개 건설사의 전체 유동화증권 발행금액 중 ABCP, ABSTB 비중은 71.0%에 이른다. 이중 유동성 공여약정을 통해 장기로 발행한 비중은 단 3.9%에 그치고 있다. 이번 사안이 HDC현대산업개발만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우발부채, 사전적 관리가 중요
재무담당자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안정적인 자금조달수단의 확보다. 세부적으로는 만기와 금리의 결정이다. 이 뿐만 아니라 안정적 재무관리를 위해서는 우발부채를 부담하는 경우에도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과 함께 자체 차입금의 만기구조 관리와 동일하게 발생할 가능성을 상정한 후 장단기 영향을 고려한 적정 배분이 필요하다.
사업활동 과정에서 제공된 재무약정, 계열사 보증 등 우발부채의 경우 아무리 사업전망이 우수한 경우라도, 장기에 걸친 사업진행기간을 감안할 때 예측하기 어렵다. 자체적 통제가 어려운 변수에 노출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우발부채 부담의 경우에도 예상현금흐름을 감안해 우발부채의 위험을 시기별로 적절히 배분하는 재무정책이 요구된다. 우발부채가 시기적으로 집중된 경우 문제 발생시 유동성위험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발부채 의무부담 전 과정에 걸친 재무담당자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더 나아가 각종 계약서 검토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재무담당자가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계약서의 문구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경우 이슈 발생시 해석상 분쟁 발생소지가 다분하다. 재무적 대응 측면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도 하다.중대재해처벌법 등의 이슈로 인한 평판위험 저하가 영업실적 및 자본시장 접근성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 대비 확대됐다. 기업들의 우발부채를 포함한 경영관리능력은 신용도 관점에서도 중요한 모니터링 요소다.
기업 경쟁력의 차이는 위기관리능력의 차이에서 나온다. 이는 사후적인 것뿐만 아니라 사전적인 위기관리능력을 포함한다. 위기상황을 상정해 사전적으로 미리 대비하는 건 수익측면에서 당장 손해일 수는 있다. 또 회사 내부에서 이견이 발생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더 큰 위기를 차단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