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90%까지 올린다던 공시가…2년 만에 '속도조절' 선회

공시가격을 시세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대책이 새 정부에서 대수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초 2030년까지 시세의 90%로 공시가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실화 목표치와 달성시점 등이 모두 재검토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23일 “인수위원회와 논의를 거쳐 부동산 공시가격 로드맵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진현환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공시가격 로드맵에 따라 매년 3%포인트씩 공시가격이 올라 굉장히 경직된 측면이 있다”며 “당선인 공약에 (로드맵 재수립이)포함돼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수위와 논의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이 필요하다면 의견청취, 연구용역, 공청회 등을 거쳐 일정 부분 조정해 내년부터 새롭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인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토지, 단독주택,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는 장기계획을 말한다. 현실화율이 지역별로, 부동산 유형별로 들쭉날쭉해 생긴 역차별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공동주택 기준으로는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현실화율 90%를 달성해야 한다. 이에 따른 올해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71.5%로 전년 대비 약 1.3%포인트 올라갔다.

이 정책은 최근 집값 급등과 맞물려 큰 비판을 받았다.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로드맵에 따라 공시가가 오르는 구조인데 집값 상승까지 수년간 이어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재수립을 공약으로 내건 배경이다. 로드맵 자체를 폐기하기 보다는 속도조절 등 제도운영을 보다 유연하게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실화율 목표치를 90%보다 낮추거나 현실화율 달성 기간을 더 길게 가져가는 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처음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수립했을 때부터 3년 주기로 점검을 하기로 했고 내년으로 3년차가 된다”며 “새 정부와 주택시장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