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만의 소프트파워 신세계] 디지털 전환 핵심은 '소프트 파워'

정보통신기술(ICT)의 눈부신 발전은 기업들에 디지털 전환(DT)이라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DT를 앞당기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룬 회사들은 성장도 네 배나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데이터 기반의 분석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비즈니스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를 접목하면 곧바로 사업 능률을 올릴 수 있을까? 많은 경영인의 큰 오해 중 하나가 이것이다. 디지털 전환은 문제 해결의 시작일 뿐이다. 변화하는 외부 요건에 유연하고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역량(agility)을 갖추는 것이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다.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가트너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사람 중심, 분산 운용, 위기 탄력성’ 세 가지를 제시했다.

ICT 발달로 기업은 점차 글로벌화하고 있다. 고객 요구도 글로벌화해 그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기업 성공의 요소가 됐다. 디지털 전환이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얻은 정보와 시장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다. 가령, 원활한 교통 시스템을 위해 차량 흐름과 혼잡도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왜 사람들이 그곳으로 몰리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즉 사람 중심의 기계학습 모델이 정확한 차량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수집에 필요한 개인 정보는 최근 ‘연합 학습 (federated learning)’ 방법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만능일까?

인터넷은 물리적 제약도 없앴다. 글로벌화한 고객과 시장의 수요에 맞춘 다품종 소량생산이 요구된다. 이 같은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선 클라우드에 의존하는 중앙집중형 관리에서 각 지역적 특징에 따른 데이터 분석과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이 같은 분산 운용을 위해 점차 많은 기업이 로컬 클라우드 즉 에지 컴퓨팅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실제 비디오 분석 기반의 교통관제 서비스는 에지 컴퓨팅과 로컬 클라우드를 활용해 서비스 목적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시스템의 소프트웨어화(softwarization)는 기업의 위기 탄력성을 높인다. 이것은 우리가 날마다 사용하는 인터넷이 시발점이다. 인터넷은 오늘날 네트워크의 표준이 됐다. 인터넷 주소(IP) 하나만 알면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기기와 소통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단순함이 인터넷을 보편화하는 비결이 됐지만, 다양한 서비스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는 오히려 족쇄가 되고 있다. 즉 연결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좀 더 안전하고 빠른 전송을 원하는 서비스에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뜻이다.

고객 중심의 탄력 운용이 성패 좌우

인터넷 연구자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라우터 구조를 서비스 요구에 따라 다양한 경로를 선택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소프트웨어 정의 기반 네트워크(SDN)’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이는 라우터 기능을 둘로 나눠 상위 버전은 서비스 요구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발견하고 이를 커넥션 에이전트를 통해 하위 버전의 경로 테이블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SDN은 향후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주어진 하드웨어 자산에 변화하는 흐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문제 중심의 지원 재구성을 유연하게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구조에 미래 5세대·6세대(5G·6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한 초안전 네트워크 기반이 된다. AI, IoT, 빅데이터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총체적 관리를 넘어 변화하는 환경에 신속히 대처하고 높은 탄력성을 갖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기반의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소프트 파워가 디지털 전환의 성패를 결정한다.

이동만 KAIST 공과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