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걸리도 당일·새벽배송"…배상면주가, 플랫폼으로 부활

배상덕 본부장의 온라인 전략

1세대 산사춘, 경쟁 밀려 침체
전통주 온라인 판매 허용되자
플랫폼 '홈술닷컴' 즉시 출범
배상면주가는 2000년대 초반 최고의 전성기를 달렸다. 창업 이듬해인 1997년 선보인 ‘산사춘’이 예상을 깨는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저도주 시장을 공략하는 경쟁 제품이 등장하고, 와인이 대중화되면서 산사춘은 밀려나기 시작했다. 2010년대에는 두 해를 빼곤 내리 적자를 냈다. 주류업계에선 “배상면주가는 끝났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고정관념 깬 온라인전략으로 반전

위기를 겪던 배상면주가는 2017년 전통주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누구보다 온라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배상면주가의 온라인 전략을 이끈 창업주의 3세인 배상덕 전략사업본부장(34·사진)은 23일 “온라인 판매 허용을 출마선 뒤의 경주마처럼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 어떤 전략과 계획으로 시장을 공략할지 계획을 촘촘히 세워놓고 규제가 풀리기만을 기다렸다”며 “2020년 문을 연 전통주 온라인 판매 플랫폼 ‘홈술닷컴’도 미리 준비한 덕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홈술닷컴은 전통주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역할을 했다. 오후 2시 전까지만 주문을 하면 저녁 9시까지 전통주를 집으로 배달해주는 ‘오늘홈술’ 서비스와 주기적으로 원하는 술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보내주는 ‘구독홈술’은 전통주 시장에서 처음 시도하는 실험이었다. 판매처를 찾지 못한 소규모 양조장들에 홈술닷컴의 문을 열어주기도 했다.

배 본부장은 “홈술닷컴은 단순히 우리 제품의 매출을 높이려는 목적이 아니라 전통주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공감미료 넣지 않는 고집”

배상면주가는 업계에서 온라인 판매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디지털 혁신에 앞장서고 있지만 좋은 술에 대한 고집만큼은 꿋꿋이 지키고 있다. 배상면주가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느린마을막걸리에는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는다.

인공감미료를 넣은 다른 회사 막걸리와 비슷한 단맛을 내기 위해 쌀 함유량을 두 배 이상 늘려 원재료 비용 부담이 크지만 “품질과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고집은 지켜오고 있다. 배 본부장은 “과거에는 비싼 막걸리라는 지적도 많이 받았지만 가격만큼이나 맛과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진심을 알아주기 시작했다”며 “지난해 느린마을막걸리 매출은 전년 대비 8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배상면주가는 최근 수출도 적극 확대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독일 등에 이어 지난달에는 호주 최대 주류 유통망인 엔데버드링크와 손잡고 호주 시장에도 진출, 수출 국가를 8개로 늘렸다. 장기적으로 해외에도 홈술닷컴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배상면주가는 지난해 전년 대비 49.5% 늘어난 30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면서 매출 목표를 500억원으로 잡았다. 2004년 기록했던 역대 최고 매출(372억원)을 훌쩍 뛰어넘겠다는 포부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