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국민 항체보유 조사" 밝혔지만…허가받은 중화항체 키트 '0'

백신 접종으로 생긴 항체인지
감염에 따른 것인지 구분하려면
중화항체 있는지 여부 알아야

4개社 신청했지만 허가 지연
일부 제품 1년 가까이 심사 대기
차기 정부의 ‘과학 방역’이 출발부터 삐걱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최근 밝힌 ‘항체 양성률 조사’에 필요한 진단키트 때문이다. 코로나19 면역력을 판단하려면 중화항체 활성화 여부를 제대로 따져야 하지만 국내 승인된 중화항체 진단키트가 하나도 없어서다.

안 위원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항체 양성률을 정기적으로 조사해 연령대별, 지역별 방역 정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항체 양성률은 감염 또는 백신 접종으로 항체가 생긴 사람 비율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하듯 검체를 샘플링해 항체 활성화 여부를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항체 보유 취약 지역이나 연령대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는 식이다.논란 지점은 크게 두 개다. 우선 중화항체 파악 능력이다. 현재 코로나19 검사의 주류는 유전자증폭(PCR)과 신속항원 검사다. 몸속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들어왔는지를 확인한다. 항체 진단도 항원 검사와 마찬가지로 면역진단 방식이다. 다만 바이러스 자체보다는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는 ‘군대(항체)’가 몸속에 활성화됐는지를 확인한다.

현재 항체진단키트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은 제품은 20개다. 하지만 중화항체 활성화는 파악할 수 없다. 코로나바이러스(스파이크 단백질)가 몸속에 들어왔을 때 활성화하는 항체만 파악할 수 있다. 백신을 맞아서 생긴 항체인지, 실제 감염으로 형성된 항체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진짜 면역력을 가늠하려면 중화항체 활성화를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화항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실제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걸 막는 항체다. 진단업계 관계자는 “중화항체 활성화 여부가 면역력을 가졌는지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했다.하지만 방역당국이 지금까지 승인을 내준 중화항체 진단키트는 한 개도 없다. 일반 국민이 자신의 중화항체 활성 여부를 알게 되면 백신 접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중화항체 진단키트 허가에 부정적이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재 4개 제품이 식약처에 중화항체 진단키트 승인 신청을 해놓고 기다리는 중이다. 일부 제품은 1년 가까이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따른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지금 와서 항체 양성률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며 “항체가 어느 정도 활성화돼야 면역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방역 정책의 근거로 항체 양성률을 활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 진단업체 대표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진단시약을 매번 다시 개발해야 해 대응의 민첩성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한재영/이주현 기자 jyhan@hankyung.com